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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6.29 16:12:13
  • 최종수정2022.06.29 16:12:13

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전 세계를 2년 6개월 정도 공황 상태로 몰고 갔던 전염병, 정체를 알 수 없어 더욱 불안했다. 이제 그 기세가 수그러드나 보다. 거리 제한이 완화되고 하늘 길도 열린다고 하니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방역 당국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칙을 준수하라는 문자가 날아오고, 어디를 가도 얼굴의 반을 가린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봄·가을이면 우편물로 오던 청첩장을 받아 본지 언제였던가. 그동안 모바일 청첩장으로 자연스럽게 대체 되었고, 예전의 청첩장 문구에 '꼭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십시오.' 하던 당부의 말과는 다르게, 되도록 자제를 권하는 안내문에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얼마 전,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했다. 로비에는 많은 하객이 붐볐지만, 멀리서도 혼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 주인공 다음으로 혼주가 돋보이는 날이기도 하다. 지인은 부부 이름이 쓰여 있는 푯말 옆에 남편과 나란히 서 있었다. 때로 고(故)라고 한쪽 부모가 돌아가셨음을 알리며 혼주 혼자 서 있는 경우가 있고, 어느 때는 '고'자 없이 혼주 이름이 홀로 쓰여 있기도 하다. 자식을 기르고 성혼시키기까지의 과정은 인간의 또 다른 수행 길이다. 혼주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딸의 결혼식 날 지인의 모습은 화사하고 의연했다.

어린 시절 동네의 시끌벅적했던 잔칫집, 마당 가운데 놓인 초례상에 올려 있던 나무 기러기 한 쌍과 닭, 솔가지등이 인상적이었다. 사모관대로 차린 신랑과 족두리를 쓴 새색시는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여 얼굴을 바로 볼 수 없었고, 혼례식은 사뭇 엄숙하게 진행되어 하객과 구경꾼들도 숨을 죽이면서 보았다. 그런데 요즘의 예식장 분위기는 많이 달라져 있다. 신랑은 보무도 당당히 입장하고 신부는 이를 하얗게 드러내 놓고 웃기도 한다. 주례사가 이어지는 동안에 갑자기 급한 말이 생겼는지 신랑과 신부는 귀를 맞대고 속삭이기도 하고….

친척이나 가까운 지인이 아니면 대체로 혼주에게 인사를 나눈 다음, 접수대에서 식권을 받아 곧 피로연장으로 직행하고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다니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롯데월드가 보이는 18층 피로연장에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식사를 할 때 떠오르는 결혼식 장면이 하나 있었다. 충북 괴산, 산골 태생인 신랑은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연수원 교육이 끝날 즈음에 청첩장을 받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최상급의 혈(血)이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앞에 놓고, 우리들은 맑은장국에 국수를 말아 먹는 이야기를 하며 촌사람 티를 냈다. 온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신분이 수직상승한 그에게 우리는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결혼식을 보며 초등학교 다닐 때 운동회 날이 어제의 일처럼 뚜렷하게 떠올랐다. 경기 중에 <이인삼각> 게임이 결혼생활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이 끈 하나로 발목을 묶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경기는 보기보다 힘이 들었다. 출발점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첫걸음을 시작하고, 걷다 뛰기도 하며 엇박자가 날 땐 서로의 보폭에 맞추려고 애를 쓴다. 두 사람은 난관을 이겨내고 드디어 결승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간혹 기대했던 팀은 뒤처지고 예상하지 못한 팀이 우승하는 것을 보며 인생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낯선 사람 둘이 만나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가족 간의 사랑을 키워간다. 어느 종교 지도자는 말했다. 날로 흉포화 되는 세상살이에 '가정이 희망이다.'라고. 핵가족 시대 일가친척 사이에 띠앗이 없어도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 정을 나누며 쌓고, 서로를 보듬어 주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사랑의 힘과 배려가 사회의 큰 물결을 이루어야 한다고도 했다. '인륜지 대사' 오늘 탄생한 신랑 신부는 희망의 새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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