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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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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보신각에서 재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드디어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한 살을 더 한다는 기다림이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반갑지 않게 됐다. 올해도 한 살 더한 나이가 낯설게만 느껴진다. 한밤중 잠이라도 깨어서 뒤척이다 나이생각을 하면 정신이 번쩍 난다. '무엇을 하다 여기까지 왔나' 분명 '이건 아니었는데'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교차하며 마음이 조급해진다.

 누군가는 나이를 '삶이 가르쳐 준 지혜'라고 했고, 값진 경험의 총화가 나이라고도 했다. 올해나이가 백세이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인생에서 노른자의 시기가 언제였을까'라는 질문에 65세·75세였다고 했다.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고 한다. 결코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생각이 얕았고 사랑이 뭔지도 몰랐던 20대로 다시 돌아가라면 그 무모한 젊음을 감당해낼지 자신이 없다고도 했다. 아마 나이를 먹는 것이 결코 두렵거나 피하고 싶은 것만이 아니라는 말인 것 같다.

 지금의 시대를 장수시대라고 하며 100세 시대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 3분의 2의 나이에 진입한 나는 요즘 외출을 할 때면 전과는 다르게 현관에서 주방을 오고 가기를 몇 번씩이나 반복하고 있다.

 가스불은 꺼져있는지 애완동물이 안방에 못 들어가게 문은 닫혀 있는지, 또 일정에 맞는 준비는 했는지 확인을 한 후에도 필요한 소지품을 잊고 나온 날은 스스로에게 실망감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아예 메모지에 하루 일정표를 만들어 틈틈이 들여다보곤 한다.

 병원출입도 잦아지고 약 봉투가 늘어난다. 철없던 시절에는 나이를 먹으면 일상의 생활이 자유로워질 것 같았고, 심신이 고단했을 때는 보다 여유가 있어서 좋을 줄 알았다. 나이가 들면 어떤 사물을 보아도, 낯선 일에 부딪혀도 지혜가 송송 저절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만큼의 나이에도 매번 부딪히는 일들은 언제나 연습되지 않은 새로운 일들이 많다.

 어느 날 지인이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나이를 말하게 됐는데 왠지 본래 나이의 십이지(十二支) 중의 띠보다 한 살을 틀리게 말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한 살이라도 덜 이야기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고 해서 그 가상함에 크게 웃은 적이 있었다.

 연전에 나의 사무실에 손님 한분이 오셨다. 검은머리 한 올 없는 백발의 할머니셨는데 연세가 여든이 가깝다고 하셨다. 단정한 옷차림에 옅은 분홍색 립스틱을 바르고 목에는 스카프를 하신 모습이 앙증맞은 소녀 같아보였다. 서두름이 없는 조용한 말씨가 주는 편안함은 마주 앉아있는 나에게도 전해왔다.

 그날 나는 나이 듦이 결코 거부하고 싶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체념하듯이 세월에 맡기지 않고 자신을 가꾸는 모습은 평생 살아온 삶의 자세인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비록 눈가에 있는 주름은 화장으로 숨길 수 없지만 나이에 걸맞게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늙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행여 '그 나이에' 하고 나이까지 드러내어 책망 받는 일은 없어야 할 터이니. 젊었던 지난날 파란 잔디위에서 멋진 샷으로 버디나 이글을 욕심냈다면, 이제는 OB를 감수하고 버디나 이글을 기대하기보다 페어웨이만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까지 이르른다.

 새해라고 거창한 목표보다는 살아오면서 모토(motto)로 삼았던 시간을 아끼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 해본다. 쪽배처럼 남은 시간일지라도 다시 쪼개어 소중하고 알차게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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