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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공인중개사

세밑, 드디어 대장정을 마쳤다. 의도 하지는 않았지만 새해맞이 대청소를 한 셈이다. 이사 온 지 한해 하고도 넉달이 지났다. 젊었을 때 하는 이사와 달리 힘이 들었고, 솜씨가 없던 나는 이삿짐을 싸면서, 풀면서 삼십년 넘게 안주인의 손길이 뜸했던 살림은 정리할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안정이 되면 다시 정돈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터였다. 한달 전 무심하게 시작한 싱크대 그릇 정리에서 부터 냉장고, 팬트리 수납장을 비우고 채우며 옷장, 거실, 안방에 있는 운동기구를 옮기고 베란다의 화분정리를 끝냈다. 이사올 때 많은 살림을 버리면서 이제는 작은 살림 도구라도 절대 사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건만, 빈 곳을 다시 채웠다. 공간 박스를 넣고, 소품 몇 개를 더하니 훨씬 살림이 안착된 느낌이었다.

일과 가정을 양립 못했던 나는 결코 집안 일을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지인이 하는 말에 긍정은 했다. 맞벌이 부부가 대다수인 시대, 어느 날 초등학생인 아이가 담임 선생님의 '엄마는 무엇 하시니· 라고 묻는 말에 "우리 엄마는 집에서 놀아요"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밖의 일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집안 일은 열심히 해도 표가 나지않고 시어머니께서도 돈 벌어 오는 며느리를 우선 생각해 주는것만 같아….

지난해 여름, 일본의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군 '포테사라' 논쟁이 있었다. '포테사라'는 포테이토 샐러드를 줄인 말인데 우리 식으로 보면 멸치 볶음처럼 밥상 위의 반찬으로 일본 식단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다.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온 엄마가 반찬코너에서 '포테사라'를 집어들자, 옆에 있던 나이든 남성이 툭 던진 한마디, "엄마라면 '포테사라' 정도는 직접 만들어야지". 팔려고 내놓은 반찬 가게에서 잘못을 지적 받은듯이 여성은 무안을 당했다. 우연히 듣게 된 말, 한마디에 주부가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암묵적 강요가 켜켜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이가 트위터에 올리고 13만번 이상 리트 윗 되면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인들 역시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우리나라 아내·엄마·주부들이 받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며칠 전에 본 TV 화면, 호스피스 병동, 임종이 가까운 92세의 노인이 육십이 된 딸과의 대화가 있었다. 어려운 시절 사남매를 키우느라 고생은 하셨지만 '그래도 아이들 키울 때 재미있고 행복했다'는 말을 기대하며, 딸이 엄마에게 '언제가 행복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단번에 "없었다"고 말하는 어머니를 안고 딸이 엎드려 우는 모습이 크로즈업 되었다. 오래 전, 텔레비전 연속극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주부가, 어느날 갑자기 일년의 '휴식을 달라'는 폭탄 선언을 하고 집을 나갔다. 그때야 깨달은 큰 빈자리.

매일 반복되는 몇 번의 식사준비와 집안정리는 당연히 엄마의 몫인 줄 아는 주부의 고된 일상. 간혹 엄마의 외출로 부재를 알았을 때 집안 전체에서 느껴지던 썰렁함. 존재 자체만으로도 누름돌처럼 가족의 중심축이었고, 동력원이었던 자리. 남들은 살림에서 해탈 할 나이에 뒤늦게 주부로 입문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풍을 하고, 청소를 한다. 밤새 느슨했던 정신이 맑아지면 한결 개운 해진 마음으로 가계부를 적는다. 소비한 항목을 써 내려가다 '이제와서 뭐 할려고·' 하는 자조적인 마음도 들지만 여태껏 몰랐던 한달 생활비를 알았다. 쓸고 닦으며 살림의 맛도 배워가는데, '회식이 있어 식사 준비 안해도 된다' 는 전화는 또, 왜 이렇게 반가운지. 오늘도 꽉 채운 하루, 삶아서 빨아 말린 빨래의 감촉이 가슬가슬 손 끝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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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