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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높고 파란 하늘가에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마치 솜을 둥치 채 풀어놓은 듯하다. 점심식사 후 현장답사를 가기로 해서, 갓 제대한 초보 공인중개사를 태우고 매도의뢰를 해온 k읍의 토지를 보러가는 중이었다. 얼마 쯤 갔을까. 읍내가 가까워오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기척이 들려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은 시골에서 오일마다 열리는 장날이었다. 줄느런하게 늘어놓은 난전과 거치적대는 시장바닥을 겨우 빠져 나와 포장도로를 벗어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려 할 때였다.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옆자리의 그가 갑자기 "윽"하는 소리를 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길 한 쪽에는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늙수그레한 중년으로 보이는 사내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었는데 그들은 부자간인 듯했다. 헙수룩한 옷차림의 남자는 희뜩 희뜩한 걸음을 걸었고, 뒤따라 걸어가는 소년은 아버지가 행여 넘어질까봐 불안한 표정으로 손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아마 아비 되는 남자는 장에 나왔다 술 한 잔을 걸친 것이 분명했고 마침 하교하던 아들을 만난 것 같았다. 걱정스레 따라가는 아들과 달리 아비는 유행가 가락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시골 장날이면 혼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련만 옆자리의 그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어린 시절,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어디에서고 비슷한 일을 보면 자신의 옛 일이 떠올라 부아가 치민다고 했다. 평소 반듯하던 모습과 다르게 속 깊은 아픔이 있는 줄 그날 알았다.

자격증 시대다. 자격증은 한 장의 종이다. 사회 곳곳에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자격에 맞는 대우를 한다. 기업에서도 필요한 자격증 소지자를 취업의 우선 순위로 하고 필수요건으로 적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 의사이면서 문제아동 전문가로 유명한 오** 박사의 부모자격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남자와 여자, 어느 날 부부가 되고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는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갑작스럽게 부모가 되어, 아이 양육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들이 출연해 육아 전문가에게 부모 교육을 받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게 얻어야 할 부모 자격증을 종이 한 장 없이 얻었다. 순서가 바뀌어 아이를 앞에 두고, 늦은 학습을 하며 새롭게 아이를 바라보는 깊은 깨달음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양육의 기회에 앞서 부모로서의 자격을 먼저 갖추어야 하고, '부모가 되었지만 부모가 되기 위하여 배워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때로 준비 없이 잉태되고 태어난 아이는 그 부모의 선택에 따라 온전히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얼마 전, 세상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고,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낳은 아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있었는데 이들에게 부모란 어떤 의미였을까.

나 어린 시절에는 아이를 세심하게 돌볼 사회·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성년이 될 때까지 그저 기본적인 생활여건만 채워주면 아이들이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자란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부모의 역할인줄 알았다. 생활이 비슷한 부모들은 대체로 그랬다. 어렸을 적, 기억이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몰랐다. 작금의 시대처럼 한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사회인으로서 성장하기까지 부모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중에서, 즐거운 추억이 많은 아이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이 끝날 때까지 즐겁다고 했다. '부모는 자식의 베이스캠프로서 아이가 날개를 접어 들어왔다 다시 날아오를 힘을 얻어가게 해야 하고,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노를 잡아주듯이' 하고…. 금쪽같은 말들이다. '부모 자격증' 첨단의 시대에 더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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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