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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공인중개사

찬바람이 조금 누그러졌나 보다. 크고 긴 이사 짐 센터의 사다리차가 동네 좁은 골목길을 막고 서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주변에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원룸이 차츰 늘어 가더니 하루가 멀다 하고 짐이 내려오고 올라가고 비슷한 모습들이 연출 되었다. 아마 몇 날이 지나면 더 빈번해 질 거다. 본격적인 이사의 계절은 봄과 가을로 나뉘는데 봄에는 이월 말이나 삼월에 많이 하지만 부동산가의 이사철은 그보다 일찍 온다. 새해 일월 초순이 지나면 집을 사려하거나 방을 임대차 하려는 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계약이 이루어지면 한 달 정도 기간이 지난 후 이행(履行)을 하기 때문이다.

예전의 이사풍경은 온 집안, 가족들의 몇 안 되는 행사 중의 행사였다. 우선 집을 정하면 이사하기 좋은날을 잡고 외지에 사는 친인척에게 알린다. 시골에 계시는 시어머니는 잘 다려 입은 한복을 입고 올라오시고 친정대표로 오신 아버지는 이사현장의 감독처럼 진두지휘를 하며 이웃에게는 김이 풀풀 나는 시루떡을 돌리곤 하였다.

관상가는 삶의 모습이 얼굴에 담겨있다고 했고 성당의 신부님은 신자가 성당 문을 닫고 나가는 뒷모습만 보아도 평소의 생활태도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공인중개사로서 삼십 여년의 세월을 보내다 보니 의뢰인의 첫 모습과 과정의 끝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의 자세를 어림잡아 볼 수 있고, 이사 하는 집의 이삿짐만 보아도 주인을 만나거나 본적이 없음에도 살림의 규모나 연령, 생활수준과 취미를 짐작할 수 있다. 잘 닦여진 여러 개의 항아리들이 올라가는 집은 항아리마다 추억을 꼭꼭 담아 놓았을 중년나이의 주인임을 헤아려보고, 장난감이 많으면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 일 수 있다. 이삿짐에 새로운 것이 많으면 신혼부부 일 가능성이 높고, 오래된 물건인데도 반질반질하게 손때가 곱게 묻은 살림에서는 집주인의 검소함과 살뜰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삿짐이 울멍줄멍 어수선하게 싸 온 집주인은 몹시 바쁜 사람 일거라는 생각해 본다. 아마 살림이란 한 가족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리라. 지금까지 보아온 수많은 이사집의 짐 속에서 가장 기억 남는 물건 하나가 있다. '자녀를 위한 기도' 라는 글귀의 붓글씨 액자. 나는 그때 그 집의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것을 예견 했다. 그리고 삼십 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아이들이 곧게 자라 결혼하고 지금은 그때 자기들 모습처럼 한 가솔을 잘 거느리는 어른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래에는 이사하는 집의 짐이 많이 줄었다. 아파트는 장롱과 주방기구가 비치되어 있어 입주할 때 새살림을 장만하지 않아도 되고, 원 · 투 룸 생활자들은 사실 옮겨야 할 살림살이가 별로 없다. 트럭에 켜켜이 쌓아오던 짐과는 다르게 이사비용이 절감되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어떻게 보면 이제 주택은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하게 된다.

이사는 잔금과 동시이행의 관계이다. 그래서 이사하는 날, 중개를 한공인중개사는 의뢰인 못지않게 바쁘다. 서류상의 하자는 없는지, 이사하는 집의 상태는 온전한지 확인을 한다. 순조롭게 이사가 진행 되어야 우리의 일도 끝나고 봄을 맞는다. 그런 중에도 몇 해 전, 매도한 아파트의 이삿날 인계 인수과정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양당사자가 충돌하는 일이 벌어져 짐을 잔뜩 실은 이삿짐 차가 되돌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사! 보통의 사람들이 처음 살던 집보다 점차 넓은 집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일생에 몇 번은 겪게 되는 일이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이사는 인생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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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