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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MZ 세대는 말했다. '태어나니까 폰이 있었어요.'라고. 나 어렸을 적에는 한마을에 잘해야 한두 대 있던 전화기였다. 이장님 댁이나 부잣집이었다. "전화 왔다"는 전갈에 뛰어가서 받았고, 가정사를 온 동네가 공유하던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차원의 세상 이야기이다. 요즘 폰은 식구 수대로 각자 하나씩 갖고 있고 어느 때는 두 개의 핸드폰을 혼자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누구나 스마트폰이 손에 들려있고 스마트폰의 세상에 갇혀 사람과의 대화보다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지난 2009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스마트폰, 누구하나 강요하지 않았어도 자발적인 학습으로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언어의 장벽, 문화의 장벽도 허물어 버렸으며 거대한 문명은 생활을 많이 변모시켰다. 데이터가 고객의 마음을 읽어주고, 휴대폰을 통해 학생은 공부하고 직장인은 행정사무를 본다. 주부는 집밖에서도 집안일을 하며,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정보 통신환경은 생활을 편리하게 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 또한 있다. 양날의 칼처럼 각종범죄에 노출되고 응용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나 핸드폰 삼매경에 잠겨 있는 이들, 유모차를 밀고 가면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건널목 신호등 앞에서 조차 눈을 떼지 못한다. 한 침대에 누운 부부도 서로의 페이스 북에 댓글을 달며 자신만의 놀이에 빠져있다. 신체의 일부가 돼 잠시라도 손에 들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자식에게서 오는 전화 횟수로 효를 가늠하기도 한다. 새로운 문명의 기류를 타지 못하면 신세계 아마존 강을 건널 수 없음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아무튼 모두 sns에 중독돼 있다.

모로 잠이 들었다. 옆의 메모장에는 '시작→톡톡 2번 누름→끝날 때 톡톡' 검정색 굵은 펜으로 쓰여 있다. 오래 사용했던 폴더 폰을 바꿔 온 지 며칠째, 남편은 아날로그와 디지털문명의 뒤엉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퇴근 한 딸아이에게 배우고 더듬거리는 실력의 나에게 되묻지만 도통 진전이 없다. 진즉에 '게으름을 피우지 말았어야지' 하는 책망의 말을 입속에 간신히 물어 삼킨다. 21년 전의 일이다. 남편이 44년간 근무한 중등교사직을 퇴직 할 때만 해도 상용화 되지 않았던 신문명. 그동안 몇 번 새로 나온 폰으로 바꿔준다고 했어도 괜찮다고 하더니만, 어느 날 동료 노인 몇 분이 사진을 찍고 음악은 물론 TV처럼 시시각각 전하는 세상소식을 보고 나더니 마음이 급변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가져 온 날로부터 고통은 시작됐다.

처음 몇 날은 새로운 장난감에 신기함을 느낀 아이처럼 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곧 다가올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콕콕 자판을 찍어보고 단축 전화번호를 누르며 오밤중에도 연습을 한다고, 벨소리에 깜짝 놀라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강산이 네 번 변하도록 함께 살아오면서 어떤 무엇에도 저토록 열성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몇 날을 보냈다. 그러나 안간힘을 쓰는 것에 비해 넓은 세상은 쉬 열리지 않았고, 기억력도 따라 주지 않는 진도에 불만을 토해 냈고 짜증을 부렸다. 컴퓨터를 배우지 않았으니 유연하지 못한 손가락은 옆의 자판을 같이 눌렀나 보다. 애먼 손가락을 납작감처럼 생겼다고 탓하며 심지어는 만든 이가 잘못 만들었다고도 했다. 앉아서도 누워서도 골몰하게 빠져 있더니 이젠 아주 지쳐버렸다. 보는 이가 이토록 답답한데 본인은 오죽하랴. 신문명과 충돌하면서 남의 탓과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자신의 손가락을 원망하며 속을 썩이다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튿날, 옛날 폰으로 바꿔 왔다.

"인류는 진화해야 위대한 역사를 만든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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