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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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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기상청은 올해, 기상관측사상 가장 더웠던 2018년 수준에 근접 할 것 이라고 예보했다. 불과 얼마 전 가락천 변, 논에 정렬되어 꽂힌 모춤들이 어느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다. 마치 조회대 앞에서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듣는 어린 학생들의 발뒤꿈치처럼 보인, 초록 초록한 벼 포기 사이에서 개구리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이런 여름날 저녁이면 나는 가슴 아픈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스무 해 전쯤 일이다. 이웃에 살던 젊은 부부는 딸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자모회의에서 만났다. 다른 이들과 달리 수수한 옷차림에 아기를 업고 온 그녀는 또래의 회원보다 나이가 많은 내게 고맙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결혼 전에는 도회지에서 학원 강사를 했다는 그녀는 선선한 인상으로 무엇보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내 마음을 끌었다. 속악하지 않고 위아래를 알아보아 정이 가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에어컨설비 기술자였다. 그녀를 남다르게 보게 된 것은 아침이면 큰아이는 학교를 보내고 어린아이를 업고 남편을 따라 현장으로 함께 일을 나가는 것이었다. 젊은 여성이 또 아기엄마가 집안일을 하기에도 시간에 쫒기고 힘이 부칠 텐데 아침이면 아기를 둘러업고 남편과 함께 출근하고 저녁이면 직장인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여름날, 남편이 일하는 현장 한쪽에 아기를 내려놓고 보조역할을 했는데, 엄마 품을 떠난 아기도 공구 옆에서 잘 놀아줬다. 구슬땀을 흘리는 부부를 보면서, 사람들은 왜 이런 무더위에 에어컨 설치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비를 맞은 듯이 땀을 흘리며 건물 외벽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시원한 물과 수건을 건네주고 필요한 연장도 척척 알아서 찾아줬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젊은 부부였다. 손발을 맞춰 가며 일을 하다 저녁이 되면 아기를 다시 업고 세 가족이 함께 퇴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을 보는 듯 했다. 가족의 단란함이 진하게 풍겨왔다. 자신 있게 집안의 일과 밖의 일을 하며 남편과 아이들을 당당하게 돌보는 그녀, 멋스런 옷을 입은 어느 여인보다 아름다웠다.

 그녀의 시부모님은 아들이 총각 때 벌어온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놓았다가 결혼과 동시에 아들 내외에게 줬단다. 그것이 토대가 돼 이른 나이에 삼층 건물을 장만해 토끼 같은 남매와 알콩달콩 깨소금 냄새 나게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새집으로 이사 한지 얼마지 않아 남편이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방문을 했으나 병원에 갔다고 해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러다가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다른 이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차마 가 볼 수가 없었다.

 용기라는 단어를 이럴 때 사용 하는 줄 몰랐다. 그 후로 그녀를 만나고 싶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열심히 살았던 젊은 부부와 어린 남매, 시골집 흙벽에 걸린 색 바랜 사진을 보며 지난날을 회상하듯이 행복했던 한 가족의 영상(映像)을 갈아 끼우고 싶지 않았다. 성경에 죽음이 301번 나오고, 오늘 하루도 한걸음씩 그곳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하지만 누구나 자기에게는 멀리 있는 걸로 알고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

 요즈음 백세시대라고 하고 또 주변에서 80노인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짧은 삶을 살다간 젊은이, 이 세상 안타까운 죽음이 어디 하나 둘이랴만, 젊은 부부의 갑작스러운 변고(變故)는 한동안 충격이었다. 내 나이, 이순이 훨씬 넘었다. 이제 새로 만나는 사람보다 떠나보내야 하는 이에게 익숙해져야 할 터이지만, 여름이 오면 젊은 부부의 모습이 아직도 명치끝을 우릿하게 아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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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