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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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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계의 천재,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 중의 하나, '매일매일 죽음이 계획에 들어가게 살자'고 했다. 존엄한 죽음, 웰 다잉. 서양인들은 웰 다잉 하는 것이 웰빙을 완성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미 죽음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해 왔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마다 부검을 진행하는 법의학자 유성호님도 '웰 에이징(well aging)-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준비하고 논의'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삶의 계획이 중요하듯이 죽음계획 또한 중요하다고 하며.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죽음을 낯설지 않게 듣고 체험까지 하는 기회가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죽음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 옆집, 우리 가족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고 가족끼리 앞으로 닥칠 죽음에 대하여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하는거란다.

천년고찰 '영국사'가 있는 천태산 기슭에서 오십년 전의 친구들은 년중 행사로 해마다 동창회를 가져왔다. 그날이 오면 고향을 지키는 친구들은 외지에서 오는 친구들에게 주연(酒筵)을 만들며 무대를 장식하고 과꽃, 찔래꽃 이름 모르는 풀과 들꽃을 화병 가득 꽂아 놓았다. 그중에 맏이처럼 굼뜬뜬하게 오고갔던 그는 일박이일의 동창회를 마치고 돌아오려는 나에게 딸아이 주라며 포도의 계절에는 청포도를, 가을에는 직접 농사를 지었다며 고구마를 차에 실어 주었다. 한때 건강이 나쁘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후 두어번 보았을 때 세월이 흘러 간 잔상 외에 별 다름이 없어 그만한 줄 알았었다.

오래 전에 영정사진을 찍고 왔다는 오라버님의 말씀에 화를 낸적이 있고, 또 동년배로 부터 자기의 가묘 자리를 보고 왔다는 말에 기가 차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죽음계획을 했을까. 봄에 어머니를 먼저 보내 드리더니, 이제는 본인이 세상을 버렸다고 동창회 총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친구들이 하나 둘 옛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며 씁쓸한 기분으로 조문을 하고 왔다. 그동안 그길은 오롯이 혼자 가는 길 임을 여러번 목도 하였지만 친구 역시 철저히 외롭게 홀로 갔다. 성당을 다녀온 아내가 이미 의식없이 쓰러진 그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대구 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을 책임지고 있던 의사가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라는 책을 냈다. 5년간 병동에 근무하면서 암환자 800명에게 사망 판정을 내렸다는 그는 '우리가 한번 가야 할 죽음을 더 늦기 전에 알아야 한다' 고 말했다. 준비없이 찾아온 죽음 앞에 화를 내며 분노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느 환자는 몇날을 슬프게 울기도 한단다. 굳이 죽음을 생각 하면서 '오늘을 살 필요가 있느냐고, 죽을 때가 오면 죽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하였다. 죽음을 배우면 죽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달라진다고 했다.

누구나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시작된 삶을, 인생설계 했듯이 죽음은 스스로 계획하고 마무리를 한다고. 듣고보니, 어느날 갑자기 온 죽음 앞에 허둥대는 것 보다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이 될 본인이 죽음계획에 동참 하면서 부터 달라진 문화가 있다고도 했다. 때로 살아있는 이들의 체면 때문에 남에게 보이기 위한 소모적 장례 문화에서 고인의 뜻에 따른 한결 간소하고 예비된 마지막 길이, 장례후에 남은 자들의 삶도 훨씬 편안 해 지고 있다고 했다.

순정함이 있던 친구, 미처 성취 시키지 못한 자녀들 때문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만은 없었으리라.

화구에서 막나온 아직 따뜻한 뼛가루, 시신이 견뎌낸 엄청난 불길속에서 그는'세상사 아무것도 아닌 것을 ….' 하고 말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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