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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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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주차장 옆에 또 하나의 산이 생겼다. 장롱, 탁자, 가전제품 기름때 찌 들은 프라이 팬 등이 분류되어 크고 작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입주가 시작되고 부터 쌓였다 치워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풍경이다. '버리기에는 아깝다고, 아직은 쓸 만하다'고 선별되어 이곳까지 왔다가 결국 버려지는 세간살이들.

"주택살림의 반은 버려야 된다" 고. 아파트로 이사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지인이 말 했을 때만 해도 그 말을 귀 밖으로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이사 짐을 싸려니 버려야할 물건이 너무 많았다. 십 육년 전에 집을 짓고 샀던, 이제 길이 들어 편안해진 소파와 식탁, 서랍장, 컴퓨터책상, 음향기기, 운동기구 등 길이를 재고 넓이를 생각 해 보아도 새집 아파트 구조와는 맞지 않았다. 이사만 아니라면 내 생전 바꿀 일이 없을 가재도구였다. 불과 삼십 여 년 전 만해도 집안의 행사는 대개 집에서 많이 했다. 그때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산 은행나무 교자상은 한 번도 사용해 본적 없는데 이삿짐에서 우선 빠져야 했다. 에어컨과 커튼을 놓고 가는 마당에 십 수 년을 사용하고도 남은 이사선물로 들어왔던 화장지는 둥치 채 들고 가야하는, 경제적 가치로는 전혀 맞지 않는 버리기도 있다.

또, 몇 백 년을 살려고 했던가. 둥글래, 칡, 쑥, 오가피, 우슬, 옥수수수염 등 말린 건초와 약초들이 줄줄이 나왔다. 사업 설명회에서 받아온 사은품은 왜 이리 많은지, 켜켜이 손질하여 쌓아놓은 솜이불은 언제 덮을 날이 올까.

셈이 빠른 이들은 '툭' 털어버릴 자질구레한 살림을 고르며 심플(simple)하게 살지 못하는 자신이 왠지 구차스럽다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창고에서 쟁여 놓았던 살림을 들추어내니 그 속에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두 어머님의 향수어린 흔적도 있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나무함지박과 친정어머니가 한 땀 한 땀 손수 만드신 조각상보는 간추려 모은다. 살면서 모으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리기를 잘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이삿짐을 싸면서 알게 되었다.

이사를 할 때 어려운 짐 중의 일부가 화분과 책 이다. 평소 화분을 잘 가꾸지 못한 덕분에 몇 개 안되는 화분은 이웃에게 주었다. 문제는 책이었다.

언젠가 여유가 있는 시간에 보려고 전집으로 산책은 묶음도 풀지 못한 채 색이 누렇게 변해 버렸다. 한 권 한 권 살 때 정신을 모아 산책들이건만 영혼이 함께 버려지는 듯한 아쉬움으로 자꾸 훑어보게 된다. 버렸다가 다시 집어 들고를 반복 했지만... .

정이 묻어있는 크고 작은 살림 하나하나가 모두 아깝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가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었을까. 버릴 물건이 많아졌다. 넘쳐나는 풍요로움 속에 오십 여 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아침이면 동네 스피커에서 새마을 운동노래가 울려 퍼지던 시절, 그때는 무얼 버린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고, 버릴 거도 없었다. 먹는 음식은 물론이고 의복만 해도 팔이나 무릎부분은 기본으로 한두 군데 기워 입었고, 덧대어 꿰맨 양말은 너나없이 자연스럽게 신었다. 새것은 오히려 낯설었다. 힘겨운 시대를 살아 온 세대는 잠재적 의식 속에 버린다는 생각은 죄스러운 행위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어느 시간이 오면 요모조모 소중하다고 여겼던 모든 걸 놓아 버려야 할 터이다. 그때는 아무것도 필요 없을 허접스러운 것들을 너무 많이 부여잡고 살고 있다는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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