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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명지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날 저녁, 지인 어르신과 장**소리판 공연을 보러갔다.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은 1층과 2층이 거의 만석 이었다. 거금(?)을 주고 산 덕분으로 중앙에 위치한 좋은 자리에 앉았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시인 듯 노래인 듯 구성지게 부르는 가락이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국문화는 세계적일까, 우리만의 서정을 가장 한국적으로 노래했다. 우리소리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두어 시간을 문화 속에 잠겨 있다가 돌아오는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떠 있었다.

현대인은 문화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어디를 가도 볼 것과 즐길 일이 넘쳐나고, 사계절 내내 문화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적인 혜택은 눈으로 보고 귀에 담고 행복을 느끼게 한다. 예술인 증명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을 수도 있다.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한 줄의 글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고 음률 한곡을 들으면서 어령칙한 기억을 더듬어 감상에 젖기도 한다. 옛사람의 그림을 보면서는 무뎌진 감성을 흔들어 깨우기도 하는데,

"요즘 작가 아닌 사람 누가 있나요." 백세를 바라보는 친목회 회원의 시어머니가 말했다. 자신이 살아온 세월에는 엄두도 못낸 바깥나들이를 여러 며느리들은 시시때때로 문화 활동을 한답시고 외출을 한단다. 그래서 시뜻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빈곤의 시절에는 미처 생각할 수 없었던 문화현상이다,

문화란, 자연 상태에서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것이라고 했다. 서부유럽 프랑스나 영국인들은 타인과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한다. 요즘 우리들의 생활수준도 향상되어 교육의 보급, 매스컴의 발달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는 곳마다 문화강좌가 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고 취미랄 것도 없는 나는 가끔 번화가 건물지하에 있는 청년극단에서 하는 연극을 보러간다. 전위적인 연극을 지향하는 젊은 연극인들로 구성된 극단. 무명배우들이 뿜어내는 열정은, 복잡했던 머리를 정화해 주고 우거진 숲속의 산소처럼 폐부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어준다.

<그놈 목소리> 살기위해 뭐든 하는 남자, 준혁은 고리 대금업자에게 200만 원을 빌리고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고수익 알바를 구하다 상화를 만난다. 상화는 어려서부터 삶에 찌들어 죽기를 각오하나 혼자 외롭게 죽어 가기는 싫어서 죽을 때 같이 있어줄 사람에게, 통장에 있는 잔고 500만 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준혁과 계약을 맺는다. 그러면서 또 다른 고수익 일을 찾던 준혁은 시체를 닦는 일까지 한다. 꿈 많은 젊은이가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는 줄거리에 가슴이 짠했다. 연극이 끝나고 나올 때 배우들이 줄지어 인사를 했다. 그때까지 극중의 감정에서 덜 깬 나는 준혁이 역할을 한 배우가 몹시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서 그에게 "아직 200만 원 못 갚았어요?"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나의 물음에 대답은 하지 않고, 싱긋이 웃는 그의 미소가 푸른 하늘보다 더 푸르렀다.

10여 년 전에는 마당극 놀이의 대가인 윤**30주년 기념공연을 보기위해 서울 행 버스를 탔다. 그는 인생살이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만담처럼 각색하여 관객의 마음을 웃겼다 울렸다 사로잡았다. 흥에 취한 관객은 무대 위에 오르기도 했고 공연자에게 지폐를 넣어 주기도 했다. 배우와 관객이 한마음을 이루는 공연문화의 진수를 보며 공감대 형성에는 좌석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염쟁이 유씨>를 보러갔을 때다, 한참 배우의 열연에 빠져 있는데 무슨 소리가 들려서 옆을 보니 바투 앉은 좌석의 여성이 뭔가를 먹고 있었다. 순간 몰입했던 감흥이 깨져 버렸다. 벼르고 별러서 온 공연, 심야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며칠의 행복을 잃어 버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은 속 좁은 이의 푸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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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