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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인간의 삶은 언어를 통하여 영위된다. 한 인간은 사회와의 관계에 적응하기 위하여 훈련 되어간다.' 일본 작가 '요네하라마리'가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 한 말이다. 이 책은 동구 공산정권이 몰락되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해 가는 과정을 통역사의 눈으로 보고 기록한 글이다. 작가는 이어서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하며, 인간은 동물과 달리 복잡한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표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간과의 관계에서 말은 필수이기에, 원활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언어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언어도 연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대인은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아침이면 전화기에 쌓이는 인사말과 백화점이나 공공장소에서 들리는 비슷한 음정, 상냥하고 화사한 말들이 때로는 공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리라. 말, 말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고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말에는 완급조절 기능이 있어 감정을 실어 가기도 한다. 말은 때와 장소가 있고 높고 낮음의 순도도 있다고 했으며 한마디 말에 온도가 있고 나이가 있다. 젊은 시절에는 오만방자 했던 말이 연륜을 쌓아가면서 무게가 실리고 마음이 담겨 말씀이 된다. 나이를 들어가며 점점 말조심을 하게 되고 겸손해 진다. 같은 말이라도 각자 자기의 입장에서 해석을 달리한다고 했다. 말로 맺힌 마음은 말로서 풀어야 하며, 말이란 독이 될 수도 있어 가끔은 말을 안 하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수없이 많은 말이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진솔한 한마디 말이 가슴을 적시기도 한다.

말은 자기의 생각이고 뜻을 표현하는 문화적 수단이다. 말의 엄중함은 시대를 넘고 국경을 초월하기도 한다. 주역에도,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도 말하기의 어려움을 경계하는 말을 했다. 법구경에서는 '말은 화살과 같아서 가볍게 쏘아서는 안 된다'라고 하며, '한번 사람의 귀에 들어가면 힘으로 뽑아낼 수 없다'고도 했다. 말로 짓는 죄업도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다고 했다. 잘난 척하는 말, 남의 허물을 드러내는 말, 간사한 말, 속이는 말, 냉정한 말, 남을 원망하는 말, 여과되지 않은 말 등은 자신도 상처를 입고 남에게도 죄를 짓게 하는 말이다.

몇 년 전 집안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느닷없이 말 폭탄을 맞았다. 세치 날 선 혀끝에서 나온 말은 어떤 무기보다 파괴력이 높았다. 그날의 말 한마디는 비수와 같아 나에게 상흔을 남겼고, 말의 가해자도 그 칼에 베이고 말았다. 한마디 말은 사람의 인격이나 생활 인생관 등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단초라고 했다.

말 잘하는 정치인들조차 자신이 한 말에 함몰되고 그물이 되어 걸리기도 한다. 오래 전에 성당 성가대 모임에서 회장을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총무를 맡은 교우가 머리모양을 확 바꾸고 왔다. 매우 낯설어서 친근감을 표시하고 조언을 한다고 귀엣말로 속삭였다. "전에 했던 헤어스타일이 더 잘 어울려요." 그 말에 반응이 없던 그녀는 그 날로부터 내게 말을 하지 않았다. 내 생각으로는 진심을 담아했던 말이었는데…. 말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스피치 교실'을 수료하기도 했다. 말, 말, 말씀 '요네하라마리'는 책 속에서 짧은 단어 하나하나에도 세심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자기가 말할 내용 뿐 아니라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지까지도 생각하며 말을 한다'는 문장이 가슴에 오래 남는다. 말은 곧 마음의 소리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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