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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어느덧 가을이다. 시월의 야무진 햇살로 삶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햇볕이 산등성이를 돌아 잠시 머무는 저녁 무렵, 붉은 노을이 왈칵 내 눈에 들어온다. 이제 갓 시작한 가을이 초록의 가지에 내려앉는다. 깊이 모를 어둠이 찾아오고 쓸쓸한 노랫가락소리가 들린다. 그리움이라는 바람이 분다. 사는 게 허전하다보니 바람만 불어도 그리운 것이 많아진다. 이럴 때마다 누군가 걱정해주는 모습이 그립다. 안부를 물어줄 사람이 보고프다.

어려운 시기이다. 잦아들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람 살아가는 모양새도 많이 힘들다. 감당할 수 없는 감염의 확산으로 이제 인류는 거리두기를 포기한 채 부자나라의 백신에 의존한 삶을 준비한다. 누군가에겐 백신은 희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욕망 그 것이다. 점점 세상은 인류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은 늘 그랬듯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허겁지겁 세월에 밀려 우리는 삶을 살기보다 사라지고 있다. 이토록 짜증나는 하루하루가 참기 어려울 만큼 밀려든다.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건 우리의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최근 우리의 대선구도는 요지경이다. 민주주의의 잔치가 모리배들의 싸움판이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참담함을 참을 수 없다. 어느 주자는 대장동의 늪에 빠져 힘든 경주를 하고 있고 또 어떤 주자는 주술논란에 빠져 웃어야 할지 아니면 화를 내야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진정 우리가 두려워해야하는 것은 스스로의 독단이다. 그리고 그 독단은 자신을 노예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찌 이 단순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장동 사건은 개발이라는 명분아래 토건세력과 권력이 만나 짜고 치는 투전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혜와 비위로 점철된 이 개발사업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투기꾼들의 놀이판이 된 이 나라의 공공개발정책은 개발이익환수 등 근원적인 개혁과 법제화 없이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대선주자가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토론하는 모습이 언론에 잡힌 일이다. 이로 인해 무속이니 무당이니 하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는 근원적으로 그 주자의 인식이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에서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직도 봉건군주제의 사고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왕조시대에서는 왕이 곧 하늘이고 모든 결정의 중심이었다. 또한 왕은 신에게서 받은 권력이기 때문에 여기에 민은 복종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이 왕권신수설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지 않는 자에게는 민주주의는 없다. 민주주의는 민이 주인이고 민이 하늘인 것이다. 민에게서 권력이 나오고 민을 거스르면 배는 뒤집히는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는 공감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과거의 영화와 향수에 머무는 그 누구에게도 스스로에 대한 존재가치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만 되면 울컥 눈물도 나고 괜스레 쓸쓸해진다. 언제부턴가 가슴 속 슬픔을 꾹꾹 눌러 담으며 나만 바라봤다. 스스로 자초한 외로움 탓도 있겠지만 요즘 내내 그렇게 살아왔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세상이 제대로 흘러갔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이 혼돈의 시대에 잘 버텨내는 스스로에게 어깨를 토닥여 주었으면 한다. 삶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물드는 것이라 한다. 우리의 삶도 이제 조금씩 자연을 동무삼아 물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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