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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2.03 16:48:35
  • 최종수정2020.12.03 16:48:35

김희식

시인

허겁지겁 살다보니 벌써 한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 매년 겪는 일이긴 하지만 약간의 설렘과 반성이 교차하는 이 묘한 시간이 그리 나쁘진 않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은 화려한 빛을 잃고 회색의 우울함으로 가라앉아 있다. 찬바람이 베란다 창을 두드린다. 오늘도 판잣집 같은 내 마음을 빗질하며 스스로를 다잡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어둡고 탁한 벽에 걸린 거울을 본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 것인가.

세상은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는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점점 활력을 잃고 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감염 병의 확산은 해가 마무리 되는 지금에도 전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숫자들에 갇혀 이젠 나만의 공간 속에 칸칸이 쌓아둔 원망으로 점점 작은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진정 어제와 다른 오늘을 기대했건만 어제보다 암울한 오늘, 그리고 내일이다. 잘 버티고 사는 것이 그저 대견할 뿐이다.

그 동안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았다. 사회적으로 별 어렵지 않게 세상을 살았다. 젊은 시절이나 지금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좆아 엉키고 뒹굴며 한 세상을 살았다. 저 잘난 멋에 살았다.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했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화를 내며 속상해 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욕심을 비운다고 호들갑떨기도 했지만 정작 내 스스로가 나를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내 자신만의 배려로 스스로를 소외시켰고 상대의 불편함을 이해한다는 것으로 내 자신을 고립시켰다. 결코 부끄럽게 살지 않으려 했지만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미워했다. 세상 살며 앞만 보고 가다보니 주변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는 날이 허다했다. 숙성되지 못한 자신만의 논리를 가볍게 떠들며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내가 힘들었던 것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만족 못하는 자신을 뒤돌아보는 것이었다. 자신없어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하늘에서 차가운 바람이 속살을 후벼 파며 날카롭게 내려앉는다. 덧옷을 겹겹이 입지만 가슴에 한기가 가득하다. 그래도 추위야 견뎌낼 수 있지만 살며 부끄러웠던 일들은 가슴에 콕콕 맺힌다. 이맘때면 그간 근무했던 곳에 낙엽처럼 떨어지던 직원들의 하얗게 부스러지는 얼굴들이 기억난다. 한해 십여 명의 직원들이 초봄에 왔다 겨울이 되면 떠나는 뒷모습에 차마 말 한마디 못한 채 등만 토닥이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다. 멈추어 자리보전하며 채 주저거리는 자신이 화가 날 정도로 미웠다.

살며 이별은 어느 때나 있는 것이다. 허다하게 만나고 떠나는 게 인생이다. 어쩌면 그렇게 머무는 것이 스스로에게 죄가 될지도 모른다. 인생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하물며 젊은이들에게는 인생의 바다에서 수없이 방황하고 환희도 느끼는 그런 떠돎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젊음은 값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떠밀림으로 떠나는 것은 늘 힘겹고 아프다. 진정 이별은 어느 날 느닷없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 순간마다 서로에게 격려하며 박수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여정 속에 내가 있다. 그리고 그간의 삶을 함께 한 사람들과 나눈 것들이 자양분이 되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다. 삶은 바람과 비와 차가운 눈보라같이, 햇살같이, 풀과 같이, 아침 이슬 같이 세상 그 모든 것이 한데 엉겨 잘 익은 향기를 내뿜는 것이다. 인생은 쓸쓸하고 힘든 날들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이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이 희망인 것이다. 그리고 떠남은 떠밀려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는 과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인생의 늦은 계절엔 꽃을 피우기보다 스스로 숙성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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