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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잠자리에 스며든다. 애써 세상에 표시내고 살진 않지만 가끔씩은 큰소리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을 때가 생긴다. 사는 게 바쁘다보니 세월 흐르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무디다. 지난여름 훌훌 세상구경하며 바라보던 내가 아니다. 여유부리며 한가하게 살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덧 코앞만 보고 사는 내가 바보 같게만 느껴진다.

며칠 전 도청에서 예술가들이 모여 재단은 문화예술교육을 포기하지마라라는 피켓 시위를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내 가슴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이제껏 결코 문화예술교육이나 예술인들의 삶에 대하여 끈을 놓지 않으며 일을 하였다고 자부했건만 어느 샌가 내가 속한 집단이 저 예술노동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가. 그리고 누가 저 예술가들을 거리로 내 몰고 있는가. 참담했다.

지금의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길게는 10년이 훌쩍 넘은 일이다. 이 사업은 문체부의 졸속행정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문화적 삶의 질 보장과 인성교육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망각한 채 예술가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강사고용과 자격증제도에 천착하게 되고 결국은 노동조건이나 신분보장 문제로 비화되었다. 또한 이 사업을 일선에서 맡고 있는 지역의 문화재단은 이 사업의 중요함을 인식하면서도 정부사업의 대행자로서 예술가들을 고용하고 이들을 학교에 배치하는 문화예술교육 인력사무소로 전락했다.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대하여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지역재단에서는 문체부나 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의 계약주체 일원화를 끊임없이 요구하여 왔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로부터 약속을 받았지만 기재부를 핑계 삼아 문체부가 이 약속을 번복함으로서 많은 재단에서 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지역의 재단들은 결코 문화예술교육을 포기하거나 그 역할을 방기한 것이 아니라 예술 강사 관리 계약업무의 정상화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이 문체부에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상태로 서둘러 봉합을 시도하며 지역재단의 약한 고리를 이용하여 다시 주저앉게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 지난 기간 문화예술교육이 문화로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삶의 공동체성을 높이는데 일조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 예술 강사 사업을 냉철하게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예술 강사의 고용문제에 매달리면서 그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범정부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계량화의 늪 속에 빠진 질 낮은 문화예술교육에서 벗어나 문화적 삶을 살게 하는 진정한 문화예술교육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이 사업을 전적으로 지역에 맡겨 지역이 문화예술교육의 설계와 집행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에서의 학교문화예술교육은 반드시 교육부로 이관되어 체계적인 예술교육의 축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체부는 사회문화예술교육에 방점을 두어 생활문화를 비롯한 문화적 삶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문화예술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부터 근본적인 질문과 혁신하는 정책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작금의 문화예술교육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 그러기에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 내는 것들은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 문체부는 이 사업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을 우선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믿음을 전제로 한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지금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힘을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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