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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바람이 분다. 바람의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는다. 이렇게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던 날들이 언제였던가. 새소리와 바람의 냄새를 느끼는 내가 새삼 놀랍다. 먼 산과 바다를 넘어오는 바람을 가슴 열어 맘껏 들이마신다. 바람 안에 잘게 부서진 파도의 냄새와 푸른 나무의 두툼한 등걸을 느낀다. 이슬 젖은 별빛과 바람에 펄떡이는 물고기들과 풀꽃의 흔들리는 냄새가 내 몸 안으로 들어온다. 참 좋은 날씨다. 지구가 잠시나마 이렇게 맑게 살게 된 날들이 코로나19가 가져온 덕분이라는 것이 왠지 새삼스럽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바람 속에 파도와 해일의 거품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왔다. 바람 안에 내재해 있는 깊은 숨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느 날 하늘의 구름이 심상치 않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땅이 속으로부터 울컥 기침을 내뱉는다. 사람들은 그제야 이리저리 흔들리며 머리를 감싼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파도가 넘실대고 해일이 인다. 지구 저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온통 세상을 흔든다. 바람은 그저 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큰 파도가 곧 도래한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정지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재앙인 코로나는 아직도 만연하다. 하루에도 수만 명의 확진자가 생겨나고 몇천의 목숨이 죽어가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인류가 자기만의 공간 속에서 정지된 도시의 고요한 적막을 두렵게 바라보고 있다. 그간의 삶들을 돌아보는 참으로 무서운 고독을 겪었다. 모두 이번의 사태를 가져온 인간들의 오만과 이기적 문명에 대하여 처절히 느끼고 있다.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것에 대하여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살렸고 서로에 대한 소통을 쌓아나갔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존재와 행복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한다.

돌아보면 우리는 너무도 빠르게 살아왔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우월감으로 스스로가 사는 터전에 대해 할퀴고 부시고 심지어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한 종족을 말살시키는 일들을 망설이지 않았다. 진정 우리는 얼마나 오만하게 살아왔던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오만함이 가져온 이 대 환란으로 세상이 다시 원시의 제 모습을 찾아간다는 것이 쓴웃음 짓게 한다. 자연의 응징 앞에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꽃들은 인간이 느끼는 공포의 시간에 그렇게 무성히 피었다 지고 있다. 우리가 코로나 19로 모든 것들이 움츠러들었을 때 꽃들은 저 홀로 지천으로 피었다가 무참히 떨어졌다. 꽃이 저 홀로 피었다 지는 것이 아프다. 우리들의 봄날도 그렇게 지고 있다. 지는 꽃들을 투명한 슬픔으로 가슴 저리게 본다. 사람도 서로에 관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가를 멈춰진 무참한 봄날에 바람 속에서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서서히 가슴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가슴으로 봄을 숨 쉬고 있다.

어느덧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왔다. 그 고갯마루에 꽃들이 다시 핀다. 머리를 쓸어 넘기는 바람이 가슴을 때리며 지나간다. 유례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정부의 방역 대책이 변화되었다. 이 변화하기 위해 얼마나 아픈 날들을 보내는지 모두 끄덕인다. 이제 우리의 삶의 방식이나 일상은 크게 변화할 것이다. 세상이 변화하는 것이다. 떨어져 있어야 그리움이 보인다. 가슴으로 세상을 느끼자. 느껴야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 서로 떨어져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저리게 가슴을 파는 것인가. 봄날 바람이 부는 이유는 바닷속 가라앉은 아픔이 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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