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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6.07 17:31:06
  • 최종수정2018.06.07 17:31:06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벌써 유월이다. 분주함을 핑계로 서둘러 살다보니 어느새 꽃들이 지고 있다. 그리고 유월이 느닷없이 다가왔다. 온통 꽃으로 물든 봄을 보내며 맞는 올해의 유월은 가슴 떨린다. 언제 이렇게 가슴 뛰는 날들이 있었던가. 지방선거와 북미회담이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길을 열며 유월을 달구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작은 전율들이 온 몸을 감싼다. 지난날 민주화를 외치며 길 위에서 보내던 날들이 다가온다. 올해 유월이 이렇게 새로움의 떨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마 나만의 그 것은 아니리라.

지난날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들의 엄혹한 싸움은 지금의 민주주의를 위한 것들과는 그 질적으로나 양적인 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당시의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은 군부독재와의 싸움이었고 야만과 금기를 깨는 항쟁이었다. 그러기에 최루탄과 고문의 억압에 맞선 목숨을 건 투쟁으로 대중과 분리된 선도적 투쟁일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것은 철저히 파편화 되고 개인화 되어 민중들과 함께 가기 보다는 민중들을 앞서 이끌고 나간다는 지식인적 운동이었다. 그러기에 현장이라는 곳에서의 자각운동과 조직화 운동은 대단히 폐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유월항쟁이 있기까지는 그랬다.

유월항쟁은 이러한 폐쇄성을 극복하고 대중적 민주주의를 확산하고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쟁취 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고 전국적으로 민주화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 6·10 항쟁을 주도하면서 대중적 민주화 운동을 이루게 된다.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살인과 고문으로 국민을 억압하던 군부독재라는 괴물과 맞서 당당히 싸운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익지 않은 생경한 외침으로 그들과 싸우다보니 어느새 그들을 닮아버린 내 모습을 본다. 어쩌면 그때는 독재타도와 통일이라는 당위적 생각이 우선했고 그로인해 마음이 앞서는 자기만의 싸움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를 끌어안으며 살아온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그 시절 이렇게 민주주의를 위한 독재와의 싸움에서 내 삶의 모두를 바쳐 젊음을 던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렇게 청춘을 보냈다.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념보다는 살아가는 생활이, 우리들만의 당위적 인 것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열려져 있고 함께 느끼고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들 속에 있다. 우리는 지난 촛불의 광장에서 억압되고 왜곡된 것들이, 가려지고 잘못된 것들이 광장의 용광로 속에 던져져 새로이 만들어지는 것들을 보았다. 역사에 떳떳하지 못한 숨겨지고 덮여있는 것들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나만의 민주주의에 갇혀있는 이기심조차 활짝 열릴 수밖에 없었고 누가 먼저랄 수도 없이 함께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공론의 광장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기존의 권위와 당파성은 해체되고 새로운 공론화 과정을 거친 숙의 민주주의가 피어났다. 그게 민주주의이다.

우리에게 유월항쟁과 촛불은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계기점이 되었다. 유월항쟁은 군부독재의 종식과 민주헌법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광장의 촛불은 우리 안에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꽃이 진 후에 그 것을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 한다. 이제는 이러한 뜨거운 역사의 현장을 살아가고 있음을 축복으로 여겨야 한다. 그래서 올해의 유월이 가슴 벅차다. 우리에게 유월은 우리 역사의 아픔을 안은 구름 같은 것이 아닌 명징한 이슬처럼 차갑지만 따뜻한 푸르름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평화의 바람이 축복처럼 분다. 어느새 이 땅에 민주화와 통일의 출렁임이 밀려온다. 유월, 지금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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