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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예년보다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뜨겁다. 벌써 유월이다. 세상이 아무리 앞이 보이지 않아도 세월은 그렇게 잘 간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변화를 겪으며 많은 혼란과 좌절을 겪고 있다. 모두 많이 힘들다. 전혀 바뀔 것 같지 않던 것들이 사라지고 낯설고 새로운 소통 방식이 어느새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백신으로 다시 세상은 정상화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른다. 그러나 백신에 기대어 희망을 갖기보단 향후 또 다른 재난에 대하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더 늦어서는 안 될 일이다.

백신의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변이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더불어 강대국이 독점한 백신의 폭력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명백하게 구분한다. 생명을 상대로 장사하는 이 커다란 게임 판에서 살아남는 자와 죽음으로 몰리는 자들이 존재한다. 노아의 백신을 한 손에 들고 세상에 대해 선택을 강요한다. 방주에 올라타면 살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라 강요한다. 백신이 과연 노아의 방주가 되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백신의 방주는 국가 자본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세상은 다시 그렇게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는 또 다른 질병이 나타나고 우리는 또 다른 백신의 권력에 굴종하며 살게 될 것이다. 비 대면이 일상화 되고 우리의 세상은 개인주의적 세대단절이 심화 될 것이다. 질병의 위협이 상존하는 한 우리의 삶은 불안과 경제 패권의 세계질서에 휘둘릴 것이다. 결국 세상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슬픈 일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거개가 예술인들이다. 참으로 맑고 순수하다. 어쩌면 그렇게 맑고 순수한 영혼들이기에 남들 다 안하는 예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예술인들의 설 땅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 공연장과 전시실은 닫히고 거리두기 강화는 사람간의 만남조차 어렵게 하였다. 심지어 강습이나 작품연습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전업으로 일하는 많은 예술인들은 생계의 고통에 못 이겨 자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예술인이 떠난 자리에 누가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가.

문화예술계의 붕괴는 우리를 둘러싼 문화지원의 제도나 현실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역문화예술계는 그 충격의 여파가 가중되어 거의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다. 더군다나 준비가 덜된 채 추진한 온라인 공연사업은 제작비용의 과다로 인하여 지역예술가들을 더 난처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 근본적인 제도나 법체계의 개선과 인프라의 구축 없이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기관의 대처는 예술인들의 절망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술은 세상을 예견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새로운 영감을 주는 창조적인 것이다. 이 창조적 작업에 많은 예술인들은 생명을 걸고 작업한다. 여기에는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구분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예술도 엄연히 자본과 힘에 의해 구분되고 있다. 성찰을 통한 깊은 예술은 사장되고 엔터들의 기능적 시장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될 뿐이다. 이제 예술도 디지털 기술이 장착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1년 반이 지나고 있다. 많이 늦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예술정책은 전환되어야 한다. 행정의 요구에 의한 정책이 아닌 예술가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예술 창작지원과 함께 예술인 지원에 대한 법 제도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술가가 우선인 문화정책이 이루어져야 하며 문화예술의 확산을 위한 인프라의 구축이 시급하다. 더불어 예술인들이 삶과 예술을 함께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가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발상으로 내일을 맞이하여야 한다. 유월,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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