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충주 25.4℃
  • 맑음서산 21.4℃
  • 맑음청주 25.4℃
  • 맑음대전 25.8℃
  • 맑음추풍령 26.0℃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맑음홍성(예) 23.7℃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고산 18.1℃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제천 23.9℃
  • 맑음보은 25.4℃
  • 맑음천안 24.9℃
  • 맑음보령 22.5℃
  • 맑음부여 24.9℃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1.12.23 16:53:35
  • 최종수정2021.12.23 16:53:35

김희식

시인

눈구름이 하늘을 무겁게 덮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거실 유리창에 맺히는 성에가 길게 흐르며 창틀사이에 스밉니다. 언제부턴가 손끝으로 그리던 그림이 흐려지더니 나뭇가지에 매달리던 겨울이 훅 나에게로 왔습니다. 창밖 집어등처럼 빛을 내는 아파트의 불빛이 위태하기만 합니다. 빠르게 흐르는 세월만큼 사는 게 정신이 없습니다. 우리네 삶은 자동차바퀴에 튀는 눈 녹은 흙탕물로 잔뜩 젖어있습니다. 언제 이 겨울이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의 팬데믹 상황이 이제 좀 잦아드는가 싶더니 다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옵니다. 끝날 줄 알았던 감염 병의 공포는 새로운 변종을 장착한 채 우리에게 더 깊숙이 다가왔습니다. 지금껏 누려왔던 문명에 소외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내 모습이 어리석었습니다. 백신에 취해 다가오는 불행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이 상황 속에서 오래도록 감염 병의 내일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의 오만한 문명도 저물어 갑니다.

어쩌면 이대로 살아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듯싶습니다. 약간은 긴장하고 약간은 불안해하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요. 사람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살아갑니다. 설사 앞으로 마스크 쓰고 사는 삶이 지속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일상으로 정착한다 해도, 그것대로 우리는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기에 생명의 위태로움이 스스로에게 다가서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온 관성을 스스로 깨뜨리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세상 사는 사람들 모두다 조금씩 아픕니다. 그리고 외롭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갖는 유한자로서의 모습입니다. 살며 우리 사는 모습이 경쟁이 아닌 위로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누구나 마찬가지로 인생을 살면서 그 무엇에 매달리거나 후회하며 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꿈을 꿉니다. 그 꿈이 아무리 허황할지라도 내일이라는 희망을 놓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에게서 바라보는 희망의 꿈들을 간직하며 지금껏 살고 있는 것이지요.

언제부턴가 앞으로 내가 넘어야할 것들이, 나의 미래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졌습니다. 무엇을 위한답시고 휘젓고 다니는 지난날의 내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다만 우리가 함께 누리고 사는 지금의 모습에 조금은 기대서, 조금은 착하게 살아가고 싶을 따름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살고 싶을 따름입니다. 손끝에 보이는 작은 별 하나를 푯대삼아 지구별 여행을 재미있게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라는 존재가 아무리 작더라도 스스로 담지한 생명의 운행을 착실히 이행하는 것입니다. 하찮은 나에 대한 존재의 위로이기도 하지요.

한없이 움츠렸던 날들이 산처럼 다가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심장이 뛰고 눈 덮인 저 너른 초원에 생명이 숨 쉬고 있는 한 우린 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말을 할 것입니다. 이렇게 사는 게 뭐 어떠냐고, 괜찮다고. 서로의 손 내밀어 따뜻한 온기를 전합니다. 들판의 생명은 저 스스로 속을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잎이 땅에 닿아 벌레들에게 넉넉히 제 몸을 내어주고 난 후 알속을 채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은 늘 이렇게 채워지는 것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눈 내린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꽃들이 타오릅니다. 몸 속 구석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늘을 향해 부리를 내미는 새의 날갯짓이 우리를 향해 온몸으로 솟구칩니다. 새로운 세상의 속살을 가만 바라봅니다. 살아있음의 꿈틀거림이 낮지만 힘 있게 일어섭니다. 함께 바라보는 하늘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