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7.03.30 13:35:40
  • 최종수정2017.03.30 13:35:40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비가 내립니다. 고단한 어깨위로 봄비가 떨어집니다. 참았던 아픔이 아리게 밀려옵니다. 가라앉은 우리의 부끄러움을 무겁게 적시며 비가 내립니다. 그 뜨겁던 촛불의 광장에도 비가 내립니다. 영원히 떠오를 수 없을 것 같던 통곡의 바다에 노란 날갯짓으로 나비가 날아오릅니다. 봄이 왜 이리 아픈가했더니 아이들의 절망이 생채기 되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아픈 자책이 후드득 떨어집니다. 흩어진 기억들이 뾰족이 섬을 이룹니다.

가위에 눌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출렁이는 봄 바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요. 기습적인 인양발표와 작업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지는 모습들을 보며 도대체 왜 이제까지 미루었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녹슬고 부서진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릅니다. 옆으로 누어 잠자듯 거대한 뒤척임으로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긴 기다림 속에 이제야 떠오르는 낯선 모습. 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기름때 잔뜩 뒤집어쓰고 삼년 만에 돌아온 아이들을 품은 저 배를 볼 수가 없습니다. 이 봄 저 바다 속에 가라앉았던 주검들이 긴 숨 한번 쉬며 날아오릅니다. 수평선을 나는 하얀 물새 떼가 바다를 박차고 날아오릅니다.

아이들이 돌아오네요. 그래, 이제야 만나게 되나 봅니다. 울컥 눈물이 납니다. 얼마나 절망했을까요. 얼마나 원망했을까요. 차디찬 바다 속에서 턱에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얼마나 발버둥 치며 죽어갔을까요. 이리저리 쓸려 다니며 손톱이 다 빠져나가는 고통으로 몸부림쳤던 흔적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슬픔과 분노, 안타까움과 탄식이 교차합니다. 황망하고 허탈합니다. 맹골수도의 거센 물살에 씻겨 나간 그날의 아픔을 품은 채 아이들이 돌아옵니다. 이렇게 만날 것을 왜 이리도 오랫동안 떨어져야 했던가요. 밤새워 숨 죽여 기다립니다.

아픈 자책으로 몇 해를 보내며 가슴 한 꼭지 묵직한 쇳덩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절망을, 숨 막힘을 온 가슴으로 느끼며 살았습니다. 늘 아팠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무언가 가슴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나를 주체하지 못한 채 들떠 다녔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 세월호의 인양장면을 티브이를 통해 보았습니다. 아! 그랬습니다. 내 가슴을 뛰게 한 것은 차가운 저 바다 깊은 곳에서 절망을 소리치던 아이들의 봄에 대한 두런거림이었습니다. 같은 마음이었지요. 이제는 엄마 아빠 품으로 가는 꿈을 아이들도 꾸었나 봅니다. 아이들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하늘에 비가 그칩니다. 이제 봄비 내리던 바다 저편 햇살이 나를 부끄럽게 비춥니다.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떳떳한 나라, 다시는 세월호 같이 국민을 버리고 먼저 도망가지 않고 남의 탓 하지 않는 당당한 대한민국을 보고 싶습니다. 지금 세상이 많이 갈라져 모두 아픕니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치유와 화해의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직 진실은 인양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의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슬픔의 바다에서 이제 배가 막 인양되었을 뿐입니다. 그날의 멈추어진 시계는 돌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배 안에는 아홉 명의 아이들이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을 하는 것이 남겨진 자들의 몫이지요.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 그리움만 고입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