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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말복이 지나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저녁 무렵 베란다를 통해 몰려오는 바람에서 계곡의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자연스레 담요를 배 위에 올린다. 올 여름 그 어느 때보다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가만 앉아 있어도 등에서 흘러내리는 땀줄기가 멎질 않았다. 더군다나 해를 넘기며 무성해지기만 하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처박혀 살다보니 모든 것이 짜증스럽기만 했다. 인류의 자연 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기상 급변은 점점 거세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더 심하게 더위를 탔는지도 모른다. 참 힘겨운 여름이었다.

사람 산다는 게 참 간사하다. 계절이 갖는 제 모습을 잘 알면서도 당장에 견디기 힘들다고 칭얼대며 사는 내 모습을 돌아보니 괜한 헛웃음만 나온다. 코로나 기간 동안 우리는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맨 처음 우리는 이 감염의 상황에 접했을 때 많이 당황했고 세상은 공황 그 자체였다. 서로가 숙주가 돼 병을 옮기고 많은 생명들이 죽어나갔다. 우리가 영위해온 모든 문명이 멈췄다. 그리고 조금 견디면 다른 전염병이 지나가듯 곧 끝날 수 있으라 믿었다. 그러나 감염병은 더 무성해졌고 백신의 효용은 변이의 출현으로 현저히 낮아지게 됐다. 이미 코로나의 감염은 전 지구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최근 백신의 접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으로 곳곳에서 바쁘기만 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극심한 국가 이기주의와 백신의 상업화로 인해 세상은 백신 맞은 자와 맞지 못한 자로 극명하게 구분됐다. 그리고 새로운 종의 변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부유한 나라들은 자국민들만의 백신투여로 임시방편 잠시 감염을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대다수 국가들이 백신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한 이 변이의 감염은 오래도록 그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이 끊임없이 경고와 재앙을 내렸음에도 인간은 이기심으로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일상 속에서 감염의 확산은 함께 가야하는 것이 돼버렸다. 인류가 이뤄 놓은 기존의 문명의 역사는 스스로에게 덫이 돼버린 것이다. 코로나가 지속되는 동안 우리의 삶은 이미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이전으로의 회귀에 방점을 두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 이제부터라도 변화하는 내일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임기응변식 대처방식으로는 이 감염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것이다. 근원적인 인류의 자기반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지금의 국면을 전환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며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 돼버렸다.

이 감염의 날들이 걷잡을 수 없는 산불처럼 온 지구를 휩쓸고 있다.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 지 아무도 모른다. 다양성이 억압된 사회는 스스로 파멸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그 결과가 자연의 재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명의 틀을 벗어나 스스로의 변화하며 그 속에서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먼 훗날 우리는 오늘의 이 사태를 돌아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우리의 삶의 형태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아마도 지금의 삶의 방식이나 인식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삶의 구조가 자리 잡을 것이다. 기존의 질서는 파괴되고 새로운 소통의 질서가 만들어 질 것이다. 새로운 종의 인류로 진화해 가는 것이다.

잠시 숨 고르고 하늘을 본다. 사실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이런 삶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이렇게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듯싶다. 노을이 하늘에 붉게 물든다. 멈추어진 지구가 참 아름답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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