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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요즘처럼 이토록 애국의 물결이 흐르던 때가 있었던가. 남녀노소 하나 되어 저 거리가 장강의 물결 된 때가 있었던가. 대한민국이 하나 되고, 깃발과 촛불이 하나 되고, 길을 메운 민심과 막아서는 자가 하나 되어 축제를 이루는 것을 언제 우리가 보았던가. 참으로 심상치 않은 대한민국이다.

바람이 분다. 대한민국의 가슴이 뻥 뚫렸다. 분노를 넘어 허탈한 모두들, 촛불을 든다. 열심히 빛바랜 수저 들고는 이 땅에 살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수치를 모르고 나라의 온갖 것을 헤집어놓고 나몰랑 몽니로 버티는 그네 공주의 오기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이러려고 투표했나. 참으로 부끄럽다.

올해가 단재 신채호 선생 순국 80주년이다. 그리고 연말에 단재를 기리는 연극 두 편이 제작 되었다. 이 연극들은 일제 식민지 시대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이며 독립운동가로서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단재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선택>과 <아나키스트 단재>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들은 단재의 진면목을 확인할 기회이다. '독립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단재의 일갈을 듣는다.

11월18일과 19일 양일간에 오른 연극 <선택>은 '단재문화예술제전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일제 강점기 아무런 희망조차 꿈꿀 수 없는 시절에 민족해방투쟁의 한길을 살아왔던 단재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또한 연극 <선택>은 그 것이 갖는 역사적 무게와 울림의 크기에 빠지지 않고 잘 정제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보기 드문 수작이다. 이러한 연극이 우리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초연되었다는 것은 한국 연극사의 한 획을 긋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연극 <아나키스트 단재>는 충북문화재단의 주관으로 12월 8일 극단 청년극장에 의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보았다. 우리가 만든 정치와 법률의 잔악함을, 윤리 도덕의 흉참함을, 군대의 총과 칼의 폭력을, 나는 그 일체를 부정한다.' 이 작품은 단재가 아버지이자 지아비로서 눈물과 연민의 약한 인간이지만 역사 앞에서 진정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대학시절 가슴 떨리는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가며 단재를 찾아 가곤 했다. 단재의 영정 앞에서 호통을 마주할 때마다 망연자실 아득히 알 수 없는 전율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고 단재가 걸었던 그 길을 수없이 오고 갔다. 어쩌면 우리는 이 길을 오랫동안 더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길을 아프게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초겨울 비가 세차게 내린다. 세상이 온통 미쳤다. 단재도 미쳤다. 저토록 죽음을 넘나드는 감옥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가 지금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노예정신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아야 하고 그 역사를 안다는 것은 죽음을 무릅쓰고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이다. 단재가 말한 바로 그것은, 진정한 독립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은 꺼지는 것이 아니라 타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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