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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올해도 어김없이 사월의 봄이 왔다. 길가에 개나리꽃 행렬은 두해의 봄을 기억하며 노란 리본 되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봄은 흐느낌으로 울음 되어 저 먼 바다에서 불어온다. 춘래불사춘인가. 온 세상이 꽃으로 피었건만 아직도 세월호에서 내리지 못한 착하디착한 젊음들은 바다 속에서 살려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그 무엇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노란 리본만이 바람에 휩쓸려 진도 팽목항 구석에 처박혀 있다. 노란 리본을 단 가슴들이 휑하니 뚫려 있다. 아픈 꽃 잔치다.

원래 이 노란 리본은 전쟁에서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인식 리본(Awareness Ribbon)'이다. 미국의 남북전쟁 시절 어느 수감자와 그의 연인에 관한 애틋한 기다림의 이야기가 1973년 토니 올랜도와 다운(Tony Orlando & Dawn)이 부른 늙은 떡갈나무에 노란리본을 달아주오(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라는 노래로 만들어져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이 노란리본이 우리 사회에 확산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이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져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이 리본에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세상이 온통 선거바람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다가왔다. 또한 우리는 2014년 4월16일 304명의 젊음을 바다에 묻고 아직도 9명의 젊음을 인양하지 못하고 있다. 움직이지 말고 선체에서 기다리라는 방송이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온다. 이 나라의 무능과 무책임, 불감증은 또다시 저 젊은이들을 잡아먹는 절망이 되고 있다. 진정 우리의 소중한 가족들은 안녕하신가. 그 넘쳐나던 노란 리본 물결은 다 어디로 휩쓸러 갔는가. 다시는 이 후진적인 참사를 당하지 말자던 그날의 절규는 어디로 갔는가.

아무 것도 해 낼 수 없다. 기억마저도 망가져 간다. 참사로 희생된 젊은 넋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인가. 과연 정치란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할 정부는 과연 존재하는가. 아무도 더는 모든 안전 시스템이 망가진 이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온전히 정의를 인양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그날의 참사를 방조하고, 날조하고 이용하는 것들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 그리고 아직도 남은 9명의 실종자들은 저 바다 침몰된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암담하게 물결치는 저 바다에서 과연 우리가 기다리는 기적은 인양될 수 있는 것인가.

진실은 우리가 잊었을 때 묻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망가지는 것이고 진실도 사라지는 것이다. 국민안전 부재상황으로 인한 세월호의 참사를 그 어떤 말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어찌 이 정부는 꽃잎 지는 시꺼먼 바다 속에서 우우 울음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자식들의 주검 앞에서 망연자실해있는 가족들에게 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성역 없는 진실규명과 마지막 남은 9명의 실종자들을 인양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사회를 위한 개혁을 해야 한다. 그래도 사월은 결코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 나라에서 그 어떠한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것이 이 나라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노란 리본으로 이루어진 꽃들이 나비되어 팽목항의 하늘가를 날아오른다.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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