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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3.02 13:54:13
  • 최종수정2016.03.02 13:54:13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봄을 맞이하는 눈치고는 꽤나 실하게 내렸다. 멀리 산마다 하얀 눈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실 빠르게 삶을 사는 시대만큼이나 계절의 변화는 무쌍하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라는 것이 무엇인가. 세상이 살아있음의 신호요, 뒤돌아 생각하게 하는 사유의 근원이요, 나고 살고 죽고 하는 사람살이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요, 생명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하는 존엄이 아니겠는가. 저 눈 무더기 속에서 생명을 감지하고 봄앓이 하는 것이 삶의 이치 아니겠는가.

요즘 며칠간 필리버스터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참으로 민주주의의 눈꽃을 보는 것 같아 속이 다 시원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봄꽃처럼 터뜨려 오르는 토론의 꽃물결이 이루어지는 것을 본다. 세상이 아무리 메말라있다 해도 한국사회에 민주주의의 봄은 그리 멀지않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사건이었다. 짜증만 나게 했던 정치니 의회니 하는 단어가 요즈음엔 따뜻한 의미로 다가온다. 저 토론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니 날마다 서로 네 탓만 하던 우리 정치 사회에 봄을 재촉하는 눈발같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감정은 아니리라.

오래전 보았던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라는 영화가 있다. 잭슨시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이 임기 중에 급사하자 주지사는 아이들과 다람쥐나 잡으러 다니는 순박한 시골 보이 스카우트 단장인 제퍼슨 스미스를 상원에 임명한다. 그러나 의원이 된 스미스는 월커크 계곡에 소년 야영장을 만들려 계획하지만 그 계곡에 댐을 만들려는 부패한 정치권의 음모를 알게 된다. 댐 건설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하여 부패한 권력과 싸우며 의회에서 24시간에 걸쳐 필리버스터를 전개한다. 갖은 협박과 방해에도 결국 진실이 승리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필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절실한 요구가 용기와 행동을 통해 이루어진 이 감동의 정치가 우리나라에선 언제쯤 이루어질까 부러워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우리는 한판 시원한 민주주의의 잔치를 맛보았다. 아쉽고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언제 우리의 정치에서 이런 속 시원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가. 물론 필자는 부패와 폭압적인 구조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국정원이 벌여왔던 정치조작이나 무작위 사찰을 허용하는 지금의 테러방지법 같은 것들이 저 필리버스터 하나의 행동으로 막아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리버스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테러방지법과 같은 반민주 악법의 위험성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소중하다. 영화와 같이 승리하는 감동은 얻지 못했지만 진정 아파하고 절실하게 호소했고 국민들은 그것에 공감한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러기에 국민들은 이 필리버스터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 닥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아무리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생명을 노래하는 것이고, 모두가 한쪽 편으로 몰려갈 때 아니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이러할 때 우리의 사회가 건강해 진다. 민주주의는 이런 아픔 속에 피어나는 꽃이다. 이제 필리버스터와 같은 청량한 감동의 정치가 우리 사회에서도 성숙되어져야 한다. 진정, 꽃이 진 다음에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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