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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09 13:13:03
  • 최종수정2019.06.09 13:13:03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팀장

저 청한 하늘이 나를 울리는 그런 날이다. 아스팔트 위에 핀 꽃들을 본 적이 있는가. 유월이 되면 바람결에 출렁이는 깃발들이 나에게 손짓한다. 민주주의의 함성이 하늘로 솟구친다. 나에게 유월은 종달새 노래 맘껏 부르던 푸르른 날갯짓이고 살며 가장 빛나는 날들이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어쩌면 모두 거리에 핀 꽃들이었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유월은 나의 젊은 날이다. 지금도 하얀 꽃으로 피어나는 진한 그리움이다.

햇살 뜨거운 바람이 인다. 세월에 묻어둔 그 날들의 그리움이 나를 요동치게 한다. 그날 거리에서 외치던 젊은 청년 하나를 소환한다. 뒤돌아보면 왜 그리 아파했는지 아득하다. 그 날 이후 하늘의 해와 달은 수없이 지곤 했다. 어느 해는 비바람이 불었고 또 어느 해는 햇살 맑은 하늘이 이어졌다. 그사이 어떤 사람들은 덧없이 변해갔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일상의 고단한 어깨를 끌고 다녔다. 어쩌면 나는 그 젊은 시절 무엇을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사는 그런 세상을 그리워했다. 작은 소망이었다. 나에게 유월은 그런 것이었다.

유월의 하늘에 햇살이 저문다. 어지러운 현기증이 밀려온다. 이럴 때면 살며 자신을 어쩌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 같다. 젊은 시절 불을 안고 살던 날들만큼이나 황혼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세월의 한편에서 더듬거리는 나를 본다. 모두들 고단한 발걸음으로 역사가 되어버린 길을 따라 바쁘게 귀가한다. 저 자신 하얀 풀꽃으로 사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다. 이 땅 어디에나 아픈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지 않는가. 그러나 남겨진 사람들은 아직 출렁이는 가슴을 기억한다. 살며 저 혼자 아프다고 호들갑 떨던 날들이 한없이 부끄럽다.



날들이 많이도 흘러갔다. 돌아보면 참 아득하다. 산다는 게 무에 있겠나. 세상을 당당하게 산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세월이 깊어질수록 아프게 느낀다. 그래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산다는 것이 가끔 대견하다. 돌아보면 내려놓을 것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그렇게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왔다. 다만 아직 요동치는 가슴을 가진 것에 감사한다. 우리에게 유월은 출렁이는 가슴을 가진 청춘이다. 유월은 나를 향해 일어서라 소리친다. 매일 작아지는 우리네 인생들에게 일어서라 소리친다. 유월은 그래서 젊은 날이다.

다뉴브강 유람선의 참담한 소식이 급한 전파를 타고 날아들었다. 헝가리에서 여행하던 우리나라 국민의 황망한 사고는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한다. 어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저 무사히 돌아오길 빌 뿐이다. 우리에게는 세월호의 슬픈 기억이 있다. 그날 이후 이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우리 모두가 아파하고 모두가 그들을 기다렸다. 비록 멀리서 벌어진 일이긴 하나 이번 사고 역시 국가적 재난으로의 신속하고도 최선을 다한 수습에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게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그런 당당하고 책임지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세상에 대해 염원했는지도 모른다.

유월이 하얀 꽃바람으로 분다. 작지만 분명하게 울리는 저 바람 소리를 듣는다. 저 자신을 우선 사랑하고 함께 하는 가족이 있는 아침이다. 진정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 하루이다. 뜨거운 가슴에 바람을 느끼며 시든 꽃잎 일으켜 세우는 그 날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바람을 맞으며 자신을 보라. 나는 얼마나 변하였는지. 나는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살며 주름진 날들이 많아도 결코 추하게 변하지 않아야 하는 날들이다. 아스팔트에 핀 꽃이 아름답다. 유월은 나에게 또 다른 항해를 부추긴다. 머물지 않고 살아 꿈틀대는 유월은 파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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