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충주 25.4℃
  • 맑음서산 21.4℃
  • 맑음청주 25.4℃
  • 맑음대전 25.8℃
  • 맑음추풍령 26.0℃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맑음홍성(예) 23.7℃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고산 18.1℃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제천 23.9℃
  • 맑음보은 25.4℃
  • 맑음천안 24.9℃
  • 맑음보령 22.5℃
  • 맑음부여 24.9℃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팀장

며칠 전 속초를 비롯한 강원 동해안에 큰 산불이 일어났습니다.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번져간 이번 산불의 기세는 차마 손을 쓰기조차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초속 20미터가 넘는 바람과 메마른 산천에 화마는 사정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소방관들은 목숨을 불구덩이에 맡긴 채 손이 부르트도록 산불과 싸웠습니다. 걷잡을 수 없게 타오르는 산불을 향해 달려가던 119대열이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가적 재난에 우왕좌왕하던 지난 세월의 무능을 겪고 난 다음에 벌어진 대처이기에 더욱 가슴 뿌듯한 장관이었습니다. 잘 훈련된 소방대원들 덕에 산불의 크기에 비해 인명피해가 최소한으로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모든 재난이 그렇듯이 이번 산불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재난이 닥쳤을 때 회피하거나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복구와 생명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산불엔 전국 각지에서 소방차 872대, 소방관 3251명이 집결했습니다. 더불어 군 헬기 23대를 비롯해 110여대의 헬기도 동원됐습니다. 우리나라 화재역사상 가장 많은 소방차가 출동하며 재난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기울였습니다. 사흘 만에 걷잡을 수 없던 대형 산불을 잡은 것은 세월호 이후 위기 안전관리 대응에 만전을 기한 국가의 노력과 소방관들의 공이 컸습니다.

5년 전 이맘때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세월호가 침몰되고 있었습니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고로 온 나라가 초상집이 되었습니다. 차마 눈뜨고 바라볼 수 없는 광경이 순식간에 벌어졌고 이 땅의 어린 학생들이 차가운 바다에 수장되었습니다. 그들은 가만있으라는 선내방송을 듣고 그 지시에 따라 몸을 낮추며 기울어가는 배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자기 몸 하나 건지려 허겁지겁 세월호를 떠났습니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학생들에게 밖으로 뛰쳐나가 구조선을 타라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자식들은 바다에 잠겼습니다. 그해 봄 우리는 대한민국이 침몰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날 이후 다섯 번째 봄이 또 왔습니다. 아직 우리의 삶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은 어디서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세월호의 외침은 우리의 재난에 대처하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변하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숯덩이 가슴을 보지 않은 채 국민을 볼모로 지금 당장 달려가야 할 재난현장에 가지 못하도록 발목 잡는 모습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국가적 재난사태를 조롱하며 자기 당략을 앞세워 국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모습도 있습니다. 진정 재난은 재해나 국가적 위기에서도 오지만 더 큰 재난은 재난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이기적이고 집단적인 사고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으로 한심합니다.

대한민국이 침몰되어 다시 인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수백의 어린 학생들을 수장시키며 다시는 이런 재난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것은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명령이고 최후의 경고입니다. 이 경고를 무시한다면 스스로를 죽이고 대한민국을 또 한 번 죽이는 행위입니다. 국가적 재난 앞에 국민의 도리를 겸허히 준비하는 것, 그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누가 그날의 기억을 잊겠습니까. 세월호의 비극을 가슴 먹먹히 안타까워하던 국민들은 그날의 기억을 결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당당히 맞서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꽃이 진 후에야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새가 웁니다. 다시 봄이 왔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