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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겨울비가 진종일 내립니다. 요란스럽게 비가 그쳤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마치 봄비가 내리는 듯합니다. 마른 겨울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것은 어쩜 다행입니다. 그러나 고맙긴 하지만 겨울에 비를 보는 것은 그리 가슴 떨리지 않는 일입니다. 목덜미에 떨어지는 섬뜩한 겨울비가 서로에게 상처 내는 말 되어 가슴을 파고듭니다. 차라리 이 비가 산불로 멸종위기에 처한 호주의 코알라에게 내렸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올해 들어 눈을 보기가 참 힘듭니다. 눈다운 눈 한번 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겨울비 내리는 밤에 가만 눈을 기다립니다.

새해 들어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난해에 그렇게 시끄러웠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합니다. 지난해 내내 치졸한 정치판 때문에 짜증이 깊었습니다. 국민을 무시하며 아전인수 격으로 제 논에 물을 대는 구차한 모습들을 보면서 많이들 화가 나 있었습니다. 진정성 없는 극단적 언행들은 저 스스로뿐만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나쁜 모습들입니다. 이번에 내리는 비에 모두 쓸려갔으면 합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제대로 자기 정의를 실현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올 한해 다시 희망을 노래하려면 우리 스스로가 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겨눈 증오의 화살을 거두고 지난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듣기 좋은 이야기가 아닌 진정 가슴에서 명령하는 배려와 공존의 삶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새살이 돋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더 처절하게 자신을 굽히고 낮추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모두 사는 게 바쁩니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다들 동동거리며 살아갑니다. 남의 이야기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고 돌아서곤 합니다. 조금은 천천히 살아도 크게 낭패하지 않으련만 저 혼자만 울고 소리치곤 합니다. 진정 산다는 게 서로 등 기대는 맛에 사는 것일진대 점점 그런 모습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집니다. 이럴수록 뒤돌아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절이 있다는 것도 괜찮은 일이지요.

계절은 계절의 제 모습을 가져야 아름답습니다. 사람 사는 것도 다 자연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억지로 먼저 가거나 되돌리려 하는 것은 아주 추한 모습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그리움의 황홀한 꿈을 꾸곤 합니다. 모든 것은 묵혀지고 곰삭아진 깊은 시간을 보낸 다음에서야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것이지요. 어쩌면 먼발치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향해 울며 노래하다 숨죽여 걸어가는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 미친 겨울이 제 모습을 가질 때까지 인내하고 사랑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봄날 지천으로 꽃은 피는 것이지요.

이 비가 그치면 다시 깊은 겨울이 찾아올 것입니다. 겨울이 겨울답고 나라가 나라다운 세상을 그리는 것은 나만의 기대는 아닐 것입니다. 내 안에 있던 조금은 낡고 못난 모습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토닥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진정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것은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겨울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제자리 찾아가는 자연의 힘을 이길 순 없는 것입니다.

때 이른 동백꽃이 앙다문 입술을 깨물고 있습니다. 어둑해지는 저녁나절 비에 젖어 떨고 있는 모습이 왜 이리 서러운지 모르겠습니다. 동백꽃은 바람을 만나야 그리움으로 피는 꽃입니다. 온몸에 피멍을 안고 두툼한 모자 눌러쓴 모습이 그리운 사람을 많이 닮았습니다. 봄날 발밑에 뚝뚝 떨어져 빨갛게 피는 허름한 사랑을 그려봅니다. 천천히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은 어쩌면 이 겨울이 주는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그게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지요. 겨울비 내리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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