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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07 17:01:42
  • 최종수정2019.03.07 17:01:42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팀장

바람이 제 갈 길을 잃었습니다. 겨우내 움츠려든 어깨를 스치며 뿌연 햇살이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앞이 흐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 북미관계가 짙은 미세먼지 되어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불편한 정세 속에서도 봄은 피어나고 있습니다. 바람의 향기가 어느 샌가 엷은 녹색으로 물듭니다. 삼월, 무언가 부족하고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답답한 가슴을 치지만 그렇게 세상은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습니다.

북미회담이 결렬이라는 성적표를 들고 파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물론 분단 70년 동안 켜켜이 쌓인 적대를 어찌 하루아침에 털고 일어설 수가 있겠는지요. 그러나 우리는 회담 내내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한반도의 평화와 상생을 가져올 절호의 기회라는 부푼 희망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진정 핵 없는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서로 손을 잡고 덩실 춤추는 그런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하노이에서 날아들 제비의 박 씨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세기의 빅쇼를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오만에 가득 찬 제국주의의 허세를 여실히 보았습니다. 그것은 삼전도의 굴욕보다 더한 치욕스러움이었고 머리에서 흐르는 핏물 진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뒤돌아보면 우리역사 속에서 순간순간 고비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요. 우리의 역사가 언제 피비린내 가실 날이 있었는가요.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했고 역사의 중요한 현장에서 당당하고 처절하게 스스로를 던져왔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오롯이 우리 민초들이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번 북미회담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야할 평화는 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쟁취해야하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미래를 몽땅 내주고 부귀영화를 누린들 과연 후손에 떳떳하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을까요.

삼월의 하늘에 태극기가 휘날립니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년, 정부수립 100주년 되는 해입니다. 식민지 백성에서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 우뚝 선 3.1운동의 커다란 울림이 자랑스럽게 펼쳐집니다. 식민지 조국을 되찾기 위해 싸우다 죽어간 이름들이 새로이 호명되고, 조국을 잃고 전쟁터에 끌려가 성노예로 살다 죽어간 어린 넋들이 통곡합니다. 단재는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라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더는 외세에 의해 자존을 짓밟혀서는 안 된다고 이 땅 곳곳에서 싸우다 죽어간 넋들이 일어섭니다. 방방곡곡 만세소리가 횃불 되어 타 오릅니다. 삼월은 그렇게 우리에게 반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살얼음 밟는 심정으로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는 세상의 기류를 바라봅니다. 진실로 우리 민족은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갖진 않았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이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이를 새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오랜 기다림과 고통을 감내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떠한 기대도, 절망조차 갖지 않습니다. 진정 절망마저 포기하는 마음으로 의연히 지켜내야 할 것들을 지켜내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다운 모습입니다.

삼월, 봄 하늘에 잿빛 노을만 더디게 흐릅니다. 올해도 우리에게 긴 절망과 짧은 희망의 소용돌이가 휘돌아 치겠지요. 이제 다시 준비해야지요. 서두르지 않고 우리의 길을 가야하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진정 세상 살면서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지요. 지금보다 더한 역경이 오더라도 그래도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으로 스스로의 자존을 지키며 당당히 우리의 길을 가야 합니다. 간절한 염원을 놓지 않고 꿈을 꾼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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