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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뿌연 하늘 너머 높은 건물 숲 사이 젖은 바람이 휘돈다. 언제부터가 코로나 이후 그 맑던 하늘은 사라지고 간간이 도시를 뒤덮는 미세먼지가 잦아졌다. 인간이란 참 간악한 동물이다. 이렇게 맑은 하늘을 오염시키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며 죄의식 하나 느끼지 않는다. 인간의 생존과 생활이 분리된 이러한 현상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늘에서 소리 없이 가을비가 내린다. 이 비 그치면 다시 맑은 하늘이 돌아오길 기대한다.

코로나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이미 전 세계는 초토화되었다. 끝나지 않는 혼란스런 상황은 세상을 모두 바꿔버렸다. 방역이라는 통제는 강화되고 모두의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는 답답함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가올 미래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무섭게 다가온다. 우울한 날들이다.

며칠 전 가을이 황홀해 느지막이 산에 올랐다.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낙엽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굽이굽이 산길을 걷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먹먹해지는 가슴에 이파리 하나 툭 떨어진다. 아름다움은 존재의 죽음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래서 가을은 서글프기만 하다. 바람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고요히 다가오는 세월의 깊이를 느낀다. 저녁 안개가 밀려오는 골짝을 지나다보니 산 밑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 그날 나는 서둘러 산을 내려오다 그만 발을 다쳤다.

어쩌면 우리네 사는 게 어둠 속에서 절룩거리며 허공을 헤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저 혼자 기뻐하고 울면서 자신을 지키려 무진 애를 쓰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외로운 것이다. 누구나 존재의 외로움 속에서 저 혼자 세상과의 거리두기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본질적인 인간의 고립은 바이러스의 공포로 인하여 절묘하게 시대적 상황과 맞아 떨어졌다. 통제와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그렇게 서로간의 격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서로간의 격리를 해체하고 공감을 만드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 현실 속에서 단절과 격리를 당연시하고 서로를 백안시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삶이 당연시되는 것이 진정 불행인 것이다. 우리 인류가 지금의 혼돈스럽고 두려운 삶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백신의 개발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것보다 서로간의 연대의 인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 사는 것이다.

세상 살면서 우리는 여러 어려운 일들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 내고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 지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란 외롭고 쓸쓸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 존재들이 또 그렇게 생존해 나가는 것은 서로간의 손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은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낸 상호간의 불신과 혐오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인류생존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인 것은 자기가 저지른 과오에 대하여 반성하는 자세가 있다는 것이고 서로를 안아줄 수 있는 뜨거운 가슴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인 것이기도 하다.

가을이 깊다. 방 가득히 하우저의 아다지오가 흐른다. 낮게 깔리는 첼로의 중저음 소리에 눈을 감는다. 가슴 저 바닥으로부터 요동치는 삶의 흔적이 꿈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지난 세월의 고단한 바람과 파도가 밀려온다. 과연 나는 세상을 제대로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는가. 진정 바보같이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가을비 내리는 밤, 질끈 감은 눈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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