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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3.22 16:46:54
  • 최종수정2021.03.22 16:46:54

임영택

소이초등학교 교장

작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인해 가정에서 홀로 학습활동을 해야만 했던 아이들을 위해 학습꾸러미를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 전해주고, 원격수업을 진행하느라 어려운 나날을 보낸 한 해였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는 60명 이하 작은 소규모 학교로 전교생 등교가 가능했기에 등교일을 정하기 위한 회의를 몇 날 며칠 동안 열었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의견을 모으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생각과 지혜를 모으느라 힘겨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던 5월 어느 날. 마스크 너머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깊게 패인 주름이 인상적인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 분이 조심스레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자리를 안내하고 차 한 잔을 대접해 드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는 본교 졸업생이고, 우리 가족 4형제가 모두 본교 출신입니다. 아버님께서도 본교를 졸업하셨는데, 얼마 전에 아버님께서 작고하셨어요. 사는 살림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모교를 위해 작은 도움이나마 주도록 하라.'는 유지도 있었고, 또 형제들이 함께 모교를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오늘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러면서 100만원이라는 큰 돈을 흔쾌히 후배들을 위해 써 달라며 건네셨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했다. 온 가족이 모두 우리 학교 출신이라는 점도 놀라웠지만, 당신 자신도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비로 많은 돈을 쓴 상황인데도 자라나는 후배들을 위해 작은 정성이나마 나누고자 하시는 점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60여 년 전에 졸업한 모교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모교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깊다 하더라도 모든 이들이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모교를 위해 무언가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것이 더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평소 나눔이란 것은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돕는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도 잘 안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다 남을 돕는 선행을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과정 속에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어려움을 알며, 힘들고 괴로운 삶을 살아본 사람이 타인의 고통과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삶의 경험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다 타인의 고통과 괴로움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모교를 찾아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위해 적지 않은 발전기금을 쾌척하신 동문님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나눔은 언제나 기쁨이 된다. 그것이 꼭 돈이거나 물질일 필요는 없다. 마음이어도 좋고 사랑이어도 좋고 따뜻한 말 한마디여도 좋다. 위로가 필요한 친구에게 위로를, 칭찬이 필요한 친구에게 칭찬을, 그리고 함께 있음이 필요한 친구에게는 말없이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곧 나눔의 실천이다. 나눔은 행복한 삶의 씨앗이고 불씨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 나는 어찌보면 외로운 존재이다. 현대사회의 모습 가운데 여럿이 더불어 함께하지 못하고 사회 속에서 고립된 개인으로 존재하는 문화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며 지지대가 되어주는 삶 그것이 곧 나눔의 삶이다. 나눔이 없는 삶은 얼마나 팍팍하고 건조할까?

한 알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듯 너와 나, 우리가 어우러져 감동과 행복을 함께 누리는 세상이면 좋겠다. 나눔의 에너지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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