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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

충북도교육문화원 문화기획과장

며칠 전 세종예술의전당 개관 기념공연을 관람했다. 멋진 무대 위 검은색 연주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각각의 연주자들이 등장하고, 곧이어 지휘자가 등장한다. 객석에서는 우렁찬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고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서곡을 시작으로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감동이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지휘자의 절도 있고 힘 넘치는 지휘에 따라 서로 다른 악기로 서로 다른 음을 연주하면서도 하나된 화음과 감동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았다는 생각이 스친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있을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서도 각자의 일이 따로 있으며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각양각색이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고, 같은 생각을 한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일까? 예전 어느 대학의 철학과 교수님은 "꼭 같은 것보다는 다 다른 것이 더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서로 다른 향기와 색깔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울림과 조화가 있기에 세상은 다채롭고 나름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든 각각의 배우가 가진 역량과 특성에 따라 주연, 조연, 단역과 엑스트라까지 각양각색의 색깔로 역할이 주어진다. 모두가 주연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터미션을 마치고 오케스트라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했다. 지휘자의 현란한 지휘에 맞춰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연주자들 사이로 무대 뒤쪽 구석에 홀로 앉아있는 한 명의 연주자가 눈에 들어온다. 다른 연주자들에 가려서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구석에 위치한 연주자. 얼핏 보면 다른 연주자들과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이 연주자는 하는 일이 없다. 1악장에 이어 2악장이 끝나도 여전히 하는 일이 없다. 드디어 3악장이 시작되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에서 뭔가 작은 악기 하나를 집어 든다. 트라이앵글이다. 삼각형 모양의 몸통을 한 손에 들고 작은 채로 '칭' 하고 한 번을 친다. 그러더니 이내 또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트라이앵글의 소리가 전체 연주단의 연주 소리를 휘감아 안고 공연장 가득 울려 퍼진다. '와! 이 오묘함은 뭐지?' 그러다가 또 한 번 '칭'. 그렇게 몇 번 치지도 않았는데 3악장이 끝났다. 4악장에서는 큼지막한 심벌을 든다. '쾅' 하고 힘있게 연주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양손에 든 심벌을 딱 한 번 살짝 스쳐며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치고는 끝이다. 이렇게 무려 45분여간의 긴 시간 동안 이 연주자가 한 일은 트라이앵글 몇 번 친 것과 심벌 한 번 스친 것 외에는 없다. 그런데 이 연주자의 트라이앵글 소리와 심벌 소리가 오랜 잔향으로 남아있다.

사람이 하는 일에 무게가 있을까? 어떤 일을 하든지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또한 역할이 크거나 혹은 크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람을 일 양의 무게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곡 전체를 쉴 새 없이 연주해야 하는 바이얼린 연주자나, 고작 트라이앵글 몇 번과 심벌 한 번을 치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 연주자나 곡에 몰입하는 정도와 깊이는 같다. 모두가 함께 곡에 몰입해야 온전히 곡이 완성되듯 세상도 그렇다.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소명을 빈틈없이 수행할 때 비로소 조화로운 세상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니 하는 일이 작아 보이고, 비중이 크지 않아 보여도 낙담할 필요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다 제 빛깔대로 세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존재니까 말이다.

세상은 나로 인해 완성되기도 하고, 나로 인해 망가지기도 한다. 당당하게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라.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존재 가치가 높음을 믿고 자긍심을 가지라. 나 없으면 세상도 없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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