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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

소이초등학교 교장

나의 첫 차는 나와 20년을 함께 했다. 20년 동안 한결같이 나의 발이 되어주었는데, 더 이상 수리를 할 수 없게 되어 폐차장으로 끌려가는 차를 보며 눈물을 흘렸더랬다. 나는 물건을 참 오래도록 사용하는 사람이다. 내가 구입한 제품이나 물건들은 보통 20년을 채워야 이별을 한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물건 중에서 제일 오래된 것은 오디오다. 구입한 지 28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턴테이블과 라디오, 카세트 테이프가 문제없이 잘 돌아간다. 한가한 주말 오후 차 한 잔을 마시며 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내겐 소중한 쉼의 시간이다. 특히 오래된 오디오의 투박한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턴테이블 LP판의 지지직 거림은 묘한 따뜻함과 편안함을 준다.

어디 이뿐인가? 25년 된 전자레인지는 아직은 제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16년을 사용한 세탁기를 새 것으로 바꾸었고, 그 보다 앞서 12년 된 텔레비전을 바꾼 건 내겐 무척 아쉬운 일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물건을 오래도록 사용하는 데는 딱히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건을 쉬이 바꾸는 일이 탐탁치 않고, 오래 써서 익숙해진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한 번은 옷걸이에 걸려 있는 각종 옷들을 정리하다가 '나도 참 어지간한 사람이구나!' 싶었던 적이 있다. 큰 맘 먹고 입지 않는 옷들을 정리하다보니 실로 오래된 옷들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었다. 몇 시간 동안이나 각각의 옷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 한 벌 한 벌 골라내어 소중한 추억이 담긴 옷들을 제외하고 버려야 할 옷들을 정리하니 무려 세 보따리나 되었다.

이러한 내 삶의 방식은 정보화 기기를 쓰는 데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내가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것이 불과 2년 6개월전 이었으니 나는 정보기기 변화에도 참 둔감한 사람이다.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된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였으니 만약 그런 사정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지금도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빠름은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 되었다. 오늘 주문한 물품이 내일 아침이면 도착하는 세상, 하루 삶의 일과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기능은 물론이거니와 속도가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실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빠른 세상이다. 왜 이렇게 빠른 세상이 되었을까? 안타깝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가 경쟁사회화 된 데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앞서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빠르게 빠르게'를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때때로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고 정성을 담아 편지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스마트폰 카톡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아닌 알록달록 꽃무늬가 그려진 편지지에 꾹꾹 눌러 편지를 써 보내고 싶다. 편지를 받고 기뻐할 얼굴을 그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늘 자동차로 빠르게 지나치던 거리를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길을 걸으며 주변에 서 있는 나무와 풀과 길바닥에 구르는 돌멩이도 찬찬히 들여다보자. 그러다 잠시 멈춰서서 고개를 들어 몽글몽글 구름을 품은 파란 하늘을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껴봐야지.

빠르고 자극적인 것에 빠져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느림의 일탈(?)을 누리고 싶다. 느리기에 볼 수 있는 것, 느리기에 만날 수 있는 인연이 있으리라. 그래서 내 삶의 한 켠을 느림으로 채우고 싶다. 걷잡을 수 없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천천히 주변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아름다운 하늘, 색다른 자연과 향기를 온전하게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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