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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4.19 16:08:33
  • 최종수정2021.04.19 19:37:06

임영택

소이초등학교 교장

몇 년 전 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 낸 밀을 수확하여 구워 먹는 '밀사리'를 해 보기 위해서 텃밭 근처에 짚불을 놓았다. 밀은 짚불에 구워야 제 맛이다. 아이들에게 밀을 몇 줄기씩 쥐어주고 쌓아 놓은 짚에 불을 지폈다. 활활 타오르는 짚불 위에 밀을 갖다 대고 굽는 아이들의 표정에 생기가 넘친다. 하긴 아이들이 '언제 이런 체험을 해 보았겠나?' 무척이나 생소한 체험이기에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제법 진지하다. 적당히 익은 밀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싹싹 비벼 밀 껍질을 후후 불어 낸 뒤 잘 익은 밀을 한 움큼씩 입에 털어 넣는다.

"선생님. 이거 정말 맛있어요."

"그렇게 맛있어? 이런 거 처음 해 봤지요?"

"네~에."

"이런 걸 '밀사리' 라고 한답니다. 여러분 보릿고개라고 들어보았지요?"

"네."

"우리나라가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이렇게 허기를 채우곤 했답니다."

한참을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며 '밀사리' 체험을 하는 아이들 틈에서 얼굴에 숯검댕이 칠을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예전 어른들이 그랬듯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얼굴에 숯검댕이 칠을 해 주면서 논다. '밀사리' 체험이 놀이가 되었다. '그래.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바뀐다 해도 전통은 죽지 않고 살아있는 법이지.'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밀사리' 체험을 마친 뒤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고추를 살피러 갔다. 텃밭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작물들은 주인의 정성을 먹고 자란다.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고추를 심은 다음 날부터 아이들에게는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텃밭에 나가 고추가 잘 자라는지 살피는 것이 또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한참을 텃밭에 앉아서 고추에게 말도 걸어주고, 어루만져주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사람은 정신적인 존재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몸의 존재다. 그러니까 이론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중요한 것은 몸으로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몸이 기억하는 교육. 그것이 곧 학교 교육에서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지식교육에 보태어 보다 풍성한 활동과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교과교육을 통해서 정보와 지식을 채우고,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통해서 삶의 밑거름과 지혜를 채운다. 뿐만 아니라 또래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소통과 관계를 익힌다.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교사의 성찰과 고민으로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풍성해진다고 생각하면 교사로서 참 기쁘지 아니한가? 그렇게 아이들이 자라고 교사도 자란다. 교육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가정과 마을, 아이들의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이 다 교실이다. 그 곳에 배움이 있고 성장이 있어야 한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의 부리짓을 하듯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더 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 힘찬 날갯짓을 하기 위해서 부릿짓을 한다. 병아리의 부리짓처럼 우리 아이들도 알에서 깨어나오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을 쪼고 또 쫀다. 이제 여기에 어미 닭이 달걀 껍질을 쪼는 순간 단단했던 껍질이 탁하고 깨지듯 교사의 열정과 지지, 격려가 동시에 아이들에게 닿는 그 순간 아이들은 알에서 깨어 나와 새롭게 펼쳐진 세상에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행복한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라 믿는다. 실천으로 배우는 교육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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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