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임영택

소이초등학교 교장

몇 년 전 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 낸 밀을 수확하여 구워 먹는 '밀사리'를 해 보기 위해서 텃밭 근처에 짚불을 놓았다. 밀은 짚불에 구워야 제 맛이다. 아이들에게 밀을 몇 줄기씩 쥐어주고 쌓아 놓은 짚에 불을 지폈다. 활활 타오르는 짚불 위에 밀을 갖다 대고 굽는 아이들의 표정에 생기가 넘친다. 하긴 아이들이 '언제 이런 체험을 해 보았겠나?' 무척이나 생소한 체험이기에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제법 진지하다. 적당히 익은 밀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싹싹 비벼 밀 껍질을 후후 불어 낸 뒤 잘 익은 밀을 한 움큼씩 입에 털어 넣는다.

"선생님. 이거 정말 맛있어요."

"그렇게 맛있어? 이런 거 처음 해 봤지요?"

"네~에."

"이런 걸 '밀사리' 라고 한답니다. 여러분 보릿고개라고 들어보았지요?"

"네."

"우리나라가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이렇게 허기를 채우곤 했답니다."

한참을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며 '밀사리' 체험을 하는 아이들 틈에서 얼굴에 숯검댕이 칠을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예전 어른들이 그랬듯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얼굴에 숯검댕이 칠을 해 주면서 논다. '밀사리' 체험이 놀이가 되었다. '그래.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바뀐다 해도 전통은 죽지 않고 살아있는 법이지.'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밀사리' 체험을 마친 뒤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고추를 살피러 갔다. 텃밭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작물들은 주인의 정성을 먹고 자란다.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고추를 심은 다음 날부터 아이들에게는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텃밭에 나가 고추가 잘 자라는지 살피는 것이 또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한참을 텃밭에 앉아서 고추에게 말도 걸어주고, 어루만져주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사람은 정신적인 존재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몸의 존재다. 그러니까 이론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중요한 것은 몸으로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몸이 기억하는 교육. 그것이 곧 학교 교육에서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지식교육에 보태어 보다 풍성한 활동과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교과교육을 통해서 정보와 지식을 채우고,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통해서 삶의 밑거름과 지혜를 채운다. 뿐만 아니라 또래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소통과 관계를 익힌다.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교사의 성찰과 고민으로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풍성해진다고 생각하면 교사로서 참 기쁘지 아니한가? 그렇게 아이들이 자라고 교사도 자란다. 교육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가정과 마을, 아이들의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이 다 교실이다. 그 곳에 배움이 있고 성장이 있어야 한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의 부리짓을 하듯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더 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 힘찬 날갯짓을 하기 위해서 부릿짓을 한다. 병아리의 부리짓처럼 우리 아이들도 알에서 깨어나오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을 쪼고 또 쫀다. 이제 여기에 어미 닭이 달걀 껍질을 쪼는 순간 단단했던 껍질이 탁하고 깨지듯 교사의 열정과 지지, 격려가 동시에 아이들에게 닿는 그 순간 아이들은 알에서 깨어 나와 새롭게 펼쳐진 세상에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행복한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라 믿는다. 실천으로 배우는 교육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