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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

충북도교육문화원 문화기획과장

자신의 결정에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판단과 결정의 순간들은 늘 있다. 이럴 때마다 수많은 생각과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데, 그런 다음 내려진 결정에 대하여 100% 만족스러운 적이 있었던가?

지난 2020년 느닷없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 닥쳤다. 개학식도 미루고, 아이들의 등교도 미룬 채 두 달여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어수선한 틈을 타고 정부의 발표보다 먼저 인터넷에 공개되는 정돈되지 않은 기사들을 접하면서 우왕좌왕했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드디어 전교생 60명 이하의 작은 학교는 전교생 등교를 허용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었다.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학부모 의견조사를 통해 등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의견조사 결과 공교롭게도 정확하게 50:50으로 나왔다. 난감했다. 신속하게 교직원 협의회를 열었다. 하지만 협의회를 하면 할수록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시골 학교, 농촌 가정환경의 특성상 등교를 미루면 미룰수록 아이들은 더욱 방치될 것이다. 학부모도 50%가 전면등교를 찬성하지 않는가?'라는 주장과 '아직은 시기 상조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다른 학교도 다들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왔을 때 한 명이라도 확진이 된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학부모 50%가 전면등교를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주장으로 양쪽의 의견이 팽팽했다. 오랜 협의 끝에 결국 전면 등교하고자 했던 날짜보다 2주일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선에서 결론을 내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전교생 등교가 시작되었고, 학교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큰 무리없이 운영되었다.

방침대로 등교 가능일에 바로 전면등교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나로서는 등교를 미룬다는 건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안타깝기도 하고 속도 상했었다. 미루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아이들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타박하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서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더 큰 일이 벌어졌을 때 수세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그때의 결정은 최선을 다한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다를 때 갈등을 풀어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존이구동(尊異求同)'하는 길이다. 서로의 차이는 존중하되 같은 것을 찾아 함께 노력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다양한 근거와 논리가 필요하다. 그것이 사적인 근거이든 공적인 근거이든 모두 중요한 근거다. 대개는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가장 최선이라 생각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항상 그렇게 한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때로는 잘못된 판단도 있을 수 있고, 또 옳지 않은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공적인 영역과 배치되는 개인적인 감정 영역 안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협의 과정에 있어 개개인의 감정적 요인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논리로는 감정을 이길 수 없다.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수시로 결정의 순간들을 맞닥뜨린다. 그럴 때마다 항상 옳은 판단과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할만한 판단과 결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자세와 공공의 선을 우선 생각하는 가치와 태도가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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