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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7.04 17:14:05
  • 최종수정2022.07.04 17:14:05

임영택

충북도교육문화원 문화기획과장

경주는 아주 오랫동안 수학여행 단골 코스였다. 수학여행이 소규모(학급형) 테마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단골 수학여행지에서 서서히 밀려나는 느낌이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경주는 여전히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기에 최적의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이들과 한참 수학여행을 다닐 때 사찰에 관한 공부를 나름 열심히 했었다. 사찰의 가람배치, 대웅전과 불상의 종류, 단청, 그리고 큰 사찰에 하나쯤은 있는 문화재(국보나 보물)에 대하여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특히 경주 수학여행에서 아이들과 가장 오랜 시간 머물며 함께했던 곳은 불국사 대웅전 앞 경내였는데, 불국사 앞마당에 덩그러니 솟아있는 다보탑과 석가탑에 대하여 이야기 거리와 공부할 거리가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백제의 석공인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얽혀있어 오래 바라볼수록 애잔한 감정이 올라오는 단순함의 미학을 간직한 무영탑이라 부르는 석가탑. 그리고 쌍을 이뤄 서 있는 다보탑. 정교한 조각과 유려한 기법으로 쌓아 올려 화려하면서도 결코 사치스럽지 않은 모습이지 않은가? 단순하면서 검소해 보이지만 결코 누추하거나 허름해 보이지 않는 석가탑은 또 어떤가·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다닐 때는 두 탑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문화재로서의 소중함, 그리고 탑의 형태와 그에 얽힌 전설 등을 공부했다. 내가 그 이상은 잘 모르기도 했거니와 사찰과 관련하여 공부한 내용을 다 전달하기에도 벅찼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 나에게 수학여행이라는 낱말이 조금씩 낯설어지는 시점에 다시 경주 불국사를 떠올리는 건 두 탑의 예술적 미학에서 삶의 미학을 들춰보기 위함이다.

'검이불누 화이불치(檢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뜻의 말이다. 불국사 두 탑의 의미와 연결 지어 보면 석가탑은 검이불누, 다보탑은 화이불치에 꼭 어울린다. 안타깝게도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다닐 때에는 이 말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못한 건 물론이다. 그런데 요즘 부쩍이나 이 말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의 궤적을 찬찬히 돌아본다.

열심히 살았다. 최선을 다했고, 옳은 일을 위한 길이라면 주저하지 않았다. 어떠한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굳건하게 나의 가치관과 철학을 지키려 애썼으며, 이런저런 비난과 조롱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속이알찬 사람이고자 했다. 내가 하는 일 또한 그러했다. 옳은 일이니까, 그것이 세상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옳게 살아가는 길이라 믿었기에 때론 깨지고 망가지더라도 그런 정도의 아픔은 견딜 수 있었다. 따가운 시선쯤이야 울창한 숲을 떠올리며 초록빛 나무를 바라보면 그만이었고, 냉소와 비난 섞인 말쯤이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그만이었다. 적어도 나 하나만의 아픔과 고통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려 어루만져 주고자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대개의 경우 약점을 찾아내어 고치려고 노력하는 삶을 산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점을 더 키우는 일이다. 그 길이 삶을 더욱 충실하고 풍요롭게 사는 길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은들, 나의 공이다 칭찬을 듣지 못한들 어떠랴? 진정 속이 꽉 찬 튼실한 열매면 족하지 않겠는가? 겉모양이 화려하다 하여 속도 알찬 것은 아니니 말이다. 명품이 아니어도 내 몸과 마음에 딱 맞으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삶을 '검이불누 화이불치(檢而不陋 華而不侈)'에서 배운다. 스스로 드러나기보다는 그 위에 올려지는 타인을 드러내게 만드는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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