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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5.02 14:40:25
  • 최종수정2022.05.02 14:40:25

임영택

충북도교육문화원 문화기획과장

"와! 대톤련이다."

교장이라는 역할을 부여받고 멀쑥한 양복에 화려한 넥타이를 매고 첫 출근을 한 날 체육관에 모인 전교생에게 희망찬 인사를 하고 유치원 교실에 들어갔을 때 "우리 예쁘고 귀여운 친구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뒤에 곧바로 되돌아온 한 마디였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그게 무슨 말이예요?" 라고 물었더니 "대톤련이잖아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대톤련." 아이 입에 가까이 귀를 대고 이야기를 듣는데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하! 대통령. 이 아이에게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은 사람은 모두 영락없는 대통령인 것이다. 얼마나 귀엽고 깜찍한 발상인가? 덕분에 나는 어릴 적 꿈이었던 대통령이 되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교장 선생님이 아닌 '대톤련'으로 살았다. 적어도 유치원 아이들에게 만큼은. 날마다 아침맞이를 하고 나면 반드시 유치원 교실에 들러 꼬마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 때마다 "와! 대톤련 왔다"라는 한 아이의 우렁찬 말을 시작으로 모든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대톤련'을 외치며 나에게 달려들어 매달리는 통에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아이들을 안아주고 업어주느라 애를 먹었었다.

올해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1922년 처음 제정한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처음 어린이날을 제정하던 때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특수성으로 어린이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의미가 컸다고 한다. 그 후로 한 세기의 역사를 지내오면서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철학과 가치관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하여 현대의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도모하는 의미가 더 크다. 분명한 것은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는 독립된 인격체다.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권리는 소중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차별당하지 않아야 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학대받지 않아야 한다.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5월 초순이 고추를 심는 시기다. 사정이 이러하니 어린이날은 여지없이 밭에 나가 고추를 심는 날이었다. 일손이 부족했던 시기였으니 아무리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큰 보탬이라 귀하지 않았겠는가? 따지고 보면 1년의 모든 날이 다 어린이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오래전부터 나는 특히 어린이날 하루만큼은 맘껏 뛰어놀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담임 반 아이들과 등산도 하고, 산 공터에서 놀이도 하고, 자연 관찰도 하며 하루를 보냈었다. 이렇게 시작한 일을 동료 선생님들의 호응을 얻어 군지역 전체로 확대했는데, 1998년 처음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으니 어언 24년이 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행사를 열지 못했다. 더군다나 100주년이 되는 올해도 행사를 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서운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없는 행사장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표정과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취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눈 앞에 펼쳐진 아이들의 웃음에는 근심이 없다. 걱정도 없다. 어쩌면 그리도 활짝 핀 꽃처럼 행복이 가득할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2년 동안 나는 이런 아이들의 웃음을 만나지 못했다. 마스크 쓴 얼굴 너머로 보이는 감춰진 위축과 상실감에 마음이 아프다.

나를 '대톤련'이라 부르며 깔깔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립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고 신나는지 작은 몸짓과 소리에도 깔깔대던 아이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웃음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맘껏 뛰어놀게 해야 하며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차별하지 않아야 하고, 아이들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숙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다. 어린이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언제나 풍성하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 진정 행복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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