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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

소이초등학교 교장

"교장선생님. 왜 합창 안해요? 합창 시간 재미있는데……."

학교에 중요한 교육활동이 있어 매주 하는 합창을 한 시간 빠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아이들이 합창을 왜 하지 않느냐며 성화다. 일일이 대답하기도 힘들만큼 여러 아이들이 교장실을 들락거리면서 아우성을 친다. 어디 그 뿐인가? 골마루에서, 운동장에서 만나는 아이마다 "오늘 합창 왜 안했어요?" "언제 할 거예요?" 라며 졸졸 따라다니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데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는 장난 섞인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못 진지하다.

2018년부터 시작하여 전교생을 대상으로 합창 수업을 하고 있다. 처음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수업하는 교장'이 되겠노라 다짐했었다. 교장으로서의 역할 가운데 수업 또한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 생각한 까닭이다. 물론 우리 교육 현장에서 교장이 직접 수업을 한다는 것이 아직은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어쩌다 보결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 정규 수업을 맡아서 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선생님들과 오랜 시간 고민하고 협의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과목인 음악 수업을 담당하기로 했다. 특히 전교생을 대상으로 합창 수업을 주 1시간씩 운영하기로 했다. 이렇게 교과 관련 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부여받아 전교생과 합창 수업으로 만난 것이 벌써 4년째다.

첫 수업을 하던 날 합창이 무엇인지, 또 합창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려고 하는지, 아름다운 화음이란 어떤 것인지 역설했더랬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악기 중에서 제일 소중한 악기가 바로 사람의 목이며,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바로 목소리라는 것도 힘주어 강조했다. 사실 처음엔 아이들이 자신의 입 밖으로 소리내는 것을 무척 어려워했을 뿐만 아니라 귀찮아하기도 했고, 싫어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내는 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릴 듯 말 듯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도 음정과 박자가 틀리면 옆 친구에게 창피할까봐 그랬는지 모른다. 아니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이 없었기에 그런 모습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지금은 한 소절의 반주만 듣고도 제법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척척 해낸다. 그렇게 한 시간 한 시간 노래를 익히고 다듬어서 학습발표회에서, 또 온마을 축제 무대에서 전교생이 한목소리로 멋진 화음을 만들어 합창을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던 때는 지휘하던 손끝의 떨림과 함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관람을 하던 학부모님들의 감동 어린 눈물도 봤다.

합창은 하나되는 연습이다. 각자가 서로 다른 음정을 노래하면서 다른 파트의 친구들과 소리의 크기, 음색, 감정을 맞추고 하나된 감성으로 성숙한 어울림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창에는 밀어주고 끌어주는 과정이 필수로 요구된다. 나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에 평소 수업에서도 그런 점을 강조해 서로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의 개성이 제각각 다 다르고, 음색도 다르고, 표현 방법도 다 다르지만 이런 다름을 극복하고 하나된 소리를 만들어야 진정한 합창이 된다. 그래서 음악의 영역 중에서도 합창은 참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다.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는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이 갖춰야 할 모습 가운데 존중과 배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덕목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타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삶의 과정이다. 이러한 소중한 삶의 경험들을 우리 아이들은 합창을 통해서 배우고 있다. 그 배움과 가르침의 길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어 더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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