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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

충북도교육문화원 문화기획과장

탄금대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의 배수진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 곳에 가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권태응 선생의 감자꽃 노래비이다. 이 앞에서 나는 제일 긴 시간 머물러 서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대학 시절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특히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음악이다. 자작곡으로 라이브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여러 가요제에 출전하는 등 음악은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에너지원이었다. 대학 졸업과 함께 학교 현장에 발령을 받은 후에는 아이들의 글에 곡을 붙여 가르치고 함께 부르며 행복한 교사 생활을 했다. 이렇게 나의 20대는 대학 공부와 교단에 첫 발을 내디딘 기대와 희망이 가득한 시기였다. 넘치는 열정으로 문학·예술·음악 등 다양한 활동을 왕성하게 하던 중 권태응 선생의 시를 만났고, 당시 충북민예총과 함께 권태응 선생의 삶과 문학을 발굴하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권태응 동요를 작곡하는 영광이 나에게 주어졌다. 그렇게 선생의 곡을 수십여곡 작곡하여 문학제와 동요제를 통해 발표했다. 탄금대에 감자꽃 모양으로 오롯이 서 있는 노래비가 나에게 특별한 까닭이다.

담임을 하던 시절 교실에서는 언제나 아름다운 동요가 울려 퍼졌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거침이 없었으며 하루하루 활기가 넘쳤더랬다. 물론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의 30대와 40대는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열정과 힘으로 거침없는 기관차처럼 달려온 시기였다. 교사로서의 삶도 그렇거니와 사회인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역할 또한 충실하게 해내기 위해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누구라도 할 일이면 내가 하고, 언제라도 할 일이면 지금 하고, 어디서라도 할 일이면 바로 여기서 한다는 마음으로 솔선하여 일을 하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5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 나의 삶과 역할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마음만은 열정 가득했던 지난 시절과 견주어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직접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비록 일선에서 직접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실무적 기회가 제한된 점은 아쉽지만 대신 그 동안 쌓아 온 경험을 안내하고 멘토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든든한 선배가 되려 한다. 큰 틀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삶에 충실하면서 후배들 삶의 토양이 비옥해질 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는 삶. 그런 삶이 지금의 내 위치에 어울리는 삶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문득 내 가진 끼를 직접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물론 이 또한 용기를 낼 때 가능해진다. 작은 일 옳게 하는 사람이 큰일도 옳게 한다. 과감히 도전하고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참 좋지 않겠는가? 여러 조건과 상황이 결코 만만치는 않으리라. 그렇다고 포기하고 접기에는 아직 열정이 활활 타고 있다. 이 열정이 식기 전에 절실하게 해 보고 싶었던 일들을 해 보고 싶다. 생각해보면 인생의 모든 시기가 다 황금기다. 열정과 끼를 맘껏 발산하던 시절도, 노련함으로 여유를 부리던 시절도, 실무보다는 멘토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시절도 모두 다 그러하다.

지난 삶의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삶이 있으며, 다가올 삶을 가꿀 수 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분별하며 살아야 하고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소가 밭을 갈 듯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삶이 중요하다. 인생에 있어 어느 순간의 황금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인생의 황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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