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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1.03 15:56:18
  • 최종수정2022.01.03 15:56:18

임영택

충북도교육문화원 문화기획과장

출근하자마자 컴퓨터 전원 먼저 누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직장에서 하루 종일 모니터를 바라보고 키보드를 누르는 모습은 아주 익숙해진 지 오래다. 날마다 일만하는 직원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벤트로 산타 행사를 했다. "허허허.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복장을 하고 나타난 나를 보는 직원들의 놀란 표정이 사뭇 재밌다. 직원들에게 덕담과 함께 선물을 증정했다. 모든 직원이 다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을 준비해서 받았지만 미쳐 준비하지 못한 직원을 위해 아주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물이라고 해 봐야 과립 비타민제 한 통 정도인 것을. 누구에게 말하기도 부끄럽다.

"여보세요?" "과장님. 저 ○○○입니다. 선물 잘 받았습니다." "아이구 별 것 아닙니다. 아주 약소합니다. 올 한 해 동안 너무도 열심히 일해 주시고, 충실하게 잘 해 주셔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 뿐입니다." "아닙니다. 저 그 선물 받고 눈물 나려 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까지 챙겨주시니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 기관에 부속돼 있는 시설에서 청소원으로 일하시는 ○여사님의 전화다. 산타 이벤트 행사를 하는 날도 이런 저런 일로 참석하지 못해 다른 분의 손을 통해 전달해 드렸더니 이렇게 감사의 전화를 주셨다. 그런데 ○여사님의 말씀이 내 가슴을 후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니? ○여사님이 말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어느 직장이나 참으로 다양한 직렬의 구성원이 존재한다. 직급이나 직위가 높든 낮든 하나의 조직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 그 누구도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사람이 있을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커다란 조직을 이루고 기관을 형성하는 것이고, 모두가 다 각각 나름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소 직장에서 일을 쫓느라 사람에 대해서 너무도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일의 성과만을 중요시하여 더 중요하게 여기고 더 세심히 챙겨야 할 사람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세상은 점점 자기 중심화 돼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타인에 대한 배려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문화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 귀천이 따로 있을 수 없는 것인데, 현실 속에서는 직렬에 따라 은연 중에 소외하고 등한시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은 무척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평소 생활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 대해 더욱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이고자 했다. 청소원, 공무직원, 조리원, 도우미, 지킴이, 나누미, 자원봉사자, 일용직……. 자칫 관심도 못 받고 소홀할 수 있는 직렬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중한 분들이다. 사실은 ○여사님이 말하듯 '우리 같은' 이들이 있어 다른 구성원들이 맘 편하게 일하고 책무를 다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결코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빛나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소외당하고 관심 밖의 존재가 되기 쉽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처럼 없어서는 안되는 꼭 필요한 존재다. 어떤 누구와도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하며 높이 평가돼야 한다.

다시 새해가 밝았다. 우리 주변의 많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존엄과 권리를 누리며 당당하고 굳건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온전히 존중받고 배려 받는 성숙한 사회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세상 안에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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