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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

소이초등학교 교장

어린 시절 우리 집 앞마당에는 우물이 있었다. 매일 아침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써야 했던 나는 큰집이 너무도 부러웠다. 큰집에는 펌프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물은 작은 두레박으로 몇 번을 길어 올려야 겨우 세수대야에 물을 채울 수 있었지만 펌프는 펌프질 몇 번으로도 큰 함지박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한여름 펌프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로 등목을 하고 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펌프도 한 바가지의 마중물 없이는 단 한 방울의 물도 끌어올릴 수 없다.

펌프의 몸통에 한 바가지의 물을 붓고, 손잡이를 위로 아래로 열심히 젓다보면 이내 땅 속 저 깊은 곳에서 펌프 위로 물이 딸려 올라와 꼭지를 타고 흘러내린다. 사실 단박에 물을 끌어 올릴 때도 있지만 몇 바가지의 마중물을 넣어주어야 할 때도 있게 마련이다. 집집마다 수도가 놓여지기 전 펌프는 매우 소중하고 신기한 요술단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해마다 3월 첫날이면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나는 매년 3월 첫 날 동네에 있는 공중목욕탕에 가서 정갈하게 목욕을 한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몸과 마음을 깨끗하고 정갈하게 하고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굳이 말하자면 교사로서 자신을 바르게 세우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었다고나 할까? 이렇게 아이들과 만나고 생활하면서 항상 솔선하고자 했고, 모범을 보이고자 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아이들은 교사의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후로는 더더욱 그리하고자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

지난 2017년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교육 운영과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솔선했다. 수십 년 동안 익숙해져 버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권위적인 교장의 모습에서 벗어나 친근하고 자상하며 다정다감한 교장, 그러면서도 때론 단호함도 지닌 교장이고자 했다. '내가 먼저 솔선하면 선생님들과 교직원들도 자기 안의 동력을 끄집어 내겠지!' 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나 스스로 마중물이 되어 선생님들께 다가가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고, 함께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종종 내 삶을 성찰하며 주변을 돌아본다. 사회의 귀감이 되는 분들이 참 많다. 새벽같이 일어나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는 분들, 어렵게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 불의를 보고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용기 있게 나서는 용감한 시민들, 이분들이 모두 사회의 마중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디 이분들 뿐이겠는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의료 등의 분야에서 헌신하는 모든 분들이 다 소중한 마중물이다. 아울러 교육 현장에서 열정과 열의를 다하는 교육 가족들이 또한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이루는 마중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가 있다. 고유한 색깔과 향기를 어떻게 가꾸고 다듬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색깔을 내기도 하고 볼품없는 색깔을 내기도 한다.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기를 내기도 하고, 악취를 내기도 한다. 바르게 정제된 말과 행동, 삶의 태도가 곧 다른 이들에게 마중물이 된다. 그것이 곧 가치 있는 삶이요, 행복한 삶의 바탕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작고 소박해도 좋다. 한 바가지의 물로 지하 깊은 곳의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펌프처럼 지금 내가 하는 실천 하나가 큰 물결을 이루게 되리라.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면 족하다.

까치 우는 어스름한 저녁 대문 밖에 나가 귀한 손님을 마중하듯 내가 먼저 나서는 마중이 다른 이들에게는 감동이 된다. 누군가에게 나는 소중한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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