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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8.23 16:10:31
  • 최종수정2021.08.23 16:10:31

임영택

소이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이거 엄마가 갖다 드리래요."

"이게 뭐지? 그런데 ○○야. 정말 고마운데 이런 거 받을 수 없어. 그러니 마음만 받겠다고 말씀드리고 엄마께 다시 갖다 드리렴."

어느 해 스승의 날이 임박했을 때 반 아이가 작은 선물을 가지고 왔다. 처음 교단에 설 때부터 어떠한 선물도 받지 않겠다 다짐했던 터라 크게 생각지 않고 아이 편에 돌려보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이의 어머니께서 돌려보낸 선물을 들고 직접 찾아오셨다.

"선생님. 제 작은 성의예요. 받아주세요."

"아닙니다. 어머니. 저는 받을 수 없습니다. 제가 이걸 받으면 교사로서 공정해야 하는 제 마음이 흔들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고, 또 편견없이 대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받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 성의는 고맙지만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이후로도 세 차례 정도 아이의 엄마가 학교로 찾아왔다. 그 때마다 '받으라, 안받는다.'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정중하게 거절하며 돌려보냈는데, 급기야는 마지막에 "뭐 그리 딱딱하게 구세요?" 라는 뒷말과 함께 아이 엄마가 화를 내며 돌아갔다.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오랜 고민 끝에 구구절절하게 왜 받을 수 없는지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며, 정히 제게 성의를 표해 주시겠다면 학년을 다 마쳤을 때 편안한 마음으로 막걸리 한 잔 받아주시면 기꺼이 받겠다. 라는 내용을 담아 A4용지 4장 분량의 긴 편지를 써서 보냈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수없이 많은 부탁과 청탁을 받는다. 또한 누군가가 크든 작든 금품이나 선물을 주는 상황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들어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번민과 고뇌를 거치는지 모른다. 부탁을 하는 사람이나 선물을 주는 사람은 그 마음이 온전히 순수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안에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어떠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흔쾌히 부탁을 들어준다면야 크게 신경 쓸 일은 없다. 그러나 들어줄 수 없는 청탁에 대해 거절할 때는 마음의 부담이 상당하다. 혹 '상대에게 무례하지 않았나? 좀 더 배려했어야 했나?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 고뇌하며 마음 아파하게 마련이다. 학부모가 보낸 선물 앞에서 내가 그랬듯 말이다. 하물며 작은 부탁에 대해서도 이러할진대 직장의 상사나 권위자, 또 힘 있는 사람의 청탁을 받았다고 할 때는 거절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들어주자니 양심에 걸리고, 안들어주자니 눈밖에 날 것 같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지키는 일이며, 스스로 동의할 수 없는 부탁이나 청탁은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는 일이다. 물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주머니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이 아무리 정직하고 깨끗하게 산다고 하더라도 100%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뜻일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삶 속에서 항상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이성적인 판단만으로 다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말로만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힘이나 권위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고 당당한 삶을 가꾸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털어도 먼지 나지 않는 주머니를 가진 사람에 가까이 가지 않겠는가? 특히 공직자라면 말이다. 물론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다 함께 실천해야 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공직자이기에 어떠한 부탁과 청탁, 그리고 선물 앞에서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흔들림 없는 실천 의지가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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