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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8.16 14:19:12
  • 최종수정2016.08.16 14:19:11

박선예

수필가

이웃 언니한테 차나 한잔 하자고 카톡이 왔다. 마침 한가하던 참이라 얼른 초대에 응하였다. 언니 집에 들어서니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날도 더운데 다들 오느라 고생 많았지· 이렇게 와 달라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고."

친구 중 한명이 농사를 짓는단다. 이 농사 저 농사를 골고루 지어보았단다. 그중에서 고추와 참깨 농사가 소득이 좀 나아 올해는 두 작물을 많이 심었는데 대풍년이란다. 그래서 소비자와 직거래로 연결되지 않으면 제값받기가 어려울 것 같단다. 그러니 김장고추와 참깨는 무조건 그 친구한테 사라고 사뭇 협박이다.

"며칠 전에 말이야, 붉은 고추 따는 것을 도와주러 갔거든. 그런데 밭에 들어가자마자 너무 덥고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바로 줄행랑을 쳤지."

그날 이후 언니는 마음이 편치 않단다. 빨갛게 익어버린 얼굴에 비 오듯 흐르던 땀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려 가슴이 아프단다.

"친구야, 너 그러다 죽는다. 더위가 좀 누그러지면 일해도 되잖아. 이 폭염에 밭에 나가다니 제정신이니?"

언니가 적극 말려도 친구는 요지부동이란다.

"고추도 따야하고 깨도 베어서 말려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야. 수확할 시기를 놓치면 일 년 농사를 망쳐. 힘들어 죽을 지경이지만 어떻게 해. 별 수 없어. 참고 해야지. 고추랑 참깨 값이나 잘 받았으면 좋겠다."

친구의 말을 듣고 언니는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그래 이거야, 제값 받도록 돕는 게 내가 할일이야.'

언니가 우리를 소집한 이유는 친구가 수확한 농산물 팔아주기 위해서였다. 언니의 깊은 속내와 친구사랑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참 좋은 생각이네. 우리도 생산자한테 직접사면 가격도 저렴하고 상품도 믿을 수 있으니깐 서로 좋지."

"맞아 신토불이라고 우리지역 고춧가루로 김장해야 더 맛이 있겠지."

썩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모두들 고추만 주문하고 참깨는 주문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참깨는 왜 주문 안 하는 거야·"

언니의 말에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답하였다. 우리나라 참깨는 너무 비싸서 못 먹는다고….

국산 참깨가 우리네 밥상에서 사라진지 이미 오래이다. 수입참깨보다 무려 서너 배는 비싸니깐 아무나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이 아니었다. 그렇다. 언제부터였을까. 서민들은 국산 참기름조차 먹기 힘들어졌다.

"아이고, 비싸면 얼마나 비싸다고 그래. 누구는 송로 버섯에 샥스핀에 캐비아를 먹는데. 국산 참기름도 못 먹는다니. 우리가 너무 불쌍하고 비참하다."

"까짓 우리도 송로버섯 한번 먹읍시다. 일인당 560원이라는데."

"560원이던 56원이던 꼭 이 시기에 그런 걸 먹어야 하나? 민심이 폭염보다 더 들끓는 줄도 모르고."

감동의 직거래 모임이 울분의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혹시 그들이 알면 국산 참기름도 못 먹는 사람들이 자격지심 때문에 그러는 거라 여기지 않을까? 웃기는 꼴통 진보들이라고 비웃지나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하지만 그들도 알아야만 한다. 송로버섯가격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값도 되지 않는 수많은 것들을, 국민 대다수는 이미 많이 양보하고 포기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단언컨대 이 울분은 단지 참깨 때문만이 아니란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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