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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수필가

한때 존경하였던 사람이 있었다. 내 자식이 그 사람처럼 되면 정말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대선주자로 거론되었지만 학자로 남겠다며 대학으로 돌아가자, 우리나라를 이끌 지도자로서손색이 없겠다 생각하였고 그 사람의 인품과 겸손함에 그만 반하고 말았다.

국무총리후보자가 되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져 나와도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국회의원들에게 당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만 하였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을 사람 누가 있다고 공세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였다. 콩깍지를 썼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콩깍지가 벗겨졌다.

몇 해 전 그날, 습관처럼 TV를 켜 둔 채 집안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얼핏 화면 자막을 보니 대정부 질문이라나. 막가는 정치판은 관심밖에 두기로 마음먹은 지 오랜 터라 채널을 돌리려는데 그 사람의 얼굴이 화면에 비치었다. 얼른 하던 일을 멈추고 TV 앞에 앉았다.

'어, 내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였다. 그 사람은 마루타를 묻는 국회의원의 물음에 전쟁포로라고 답하였다. '뭐 착각 할 수도 있지.' 애써 그 사람의 답변을 정당화시키는 중에 731부대는 뭐냐는 의원의 질문이 이어졌다.

"731부대는 항일 독립군인가요·"

그 사람이 의원에게 되물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순간 짝 달라붙어 있던 콩깍지가 흔적도 없이 떨어져나갔다. 어이가 없었다. 기가 막혔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후보가.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서 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마루타와 731부대를 모른다니. 그런 사람을 존경하였다니. 수치스러웠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과격한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풀어줄 열쇠로

국민들은 여성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이런 말 저런 말이 떠돌 때도 여성대통령이라고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마음 아팠다. 어지러운 정국을 풀어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리라 기대하였고 당당하고 기품 있는 여성의 표상으로 믿었다. 어느새 콩깍지가 씌워있었다.

믿기 힘든 세월 호 침몰이 있었지만 당연히 어머니의 마음으로 유가족을 품으리라 여겼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사망자 한사람씩 이름을 부를 때에는 같이 펑펑 울고 말았다. 가슴속 그득하게 차 있던 불신과 슬픔이 녹아서 눈물 되어 흘렀다. 역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였고 우리는 그 약속을 믿었다.

오늘도 유민이 아버지는 세월호 침몰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바라며 단식을 하고 있다. 유민이 아버지의 단식에 동참하는 개인이나 단체도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사회는 극도로 예민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믿었던 우리의 대통령은 감감무소식이다. 무소식이 너무 길기 때문일까. 단단하던 콩깍지가 자꾸 벗겨지려 한다. 콩깍지가 완전히 벗겨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교황이 남긴 말이다.

"고통 앞에서 중립적 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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