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4.08.11 13:25:46
  • 최종수정2014.08.11 13:25:34

박선예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수필가

며칠 전이다. 아침부터 수은주가 삼십 도에 육박하고 불쾌지수가 무려 팔십을 넘어섰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태양은 이글거렸다. 불볕더위는 최고조에 달해 그늘을 벗어나면 잠시도 견디기 힘든 날이었다. 나무 그늘 밑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연신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물가로 가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싶어 호숫가로 가기로 작정하였다. 따가운 폭염을 피하기 위해 면장갑을 끼고 모자를 쓴 다음, 양산까지 받쳐 들고 호숫가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덥죠? 시원한 물 한잔 드릴까요?"

불쾌지수가 최고로 높다는 날과 걸맞지 않는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사소리 따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뙤약볕 밑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있는 어느 아주머니였다. 구리 빛이다 못해 까만 얼굴의 여인이 유난히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의 이마에는 빨간색의 수건이 질끈 동여매어 있었다. 흰색의 반팔 셔츠 아래 보이는 까만 팔뚝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무릎아래 드러난 그녀의 종아리는 이미 벌겋게 익어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햇볕에 그을릴까봐 면장갑과 모자 그리고 양산으로 중무장한 내 모습이 갑자기 우스꽝스러웠다. 얼른 양산을 접고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이런 뙤약볕 아래 일하기 힘드시죠?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미안한 마음에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은 이렇게 찌는 날에 그것도 폭염아래에서 일하는 그녀가 매우 걱정이 되었다.

"아유, 괜찮습니다. 여름인데 이 정도는 뭘. 얼마 만에 잡은 직장인데요. 공공 근로하는 사람이 직장이라고 하니 좀 우습지요? 두 달 계약이지만 전 평생직장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해 일하거든요. 아무리 더워도 일거리만 있다면 행복하지요"

순간, 온몸이 화끈거렸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녀는 반년 전쯤 서울을 떠나 충주로 왔다한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애썼지만 일자리 찾기가 수월하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하였다한다. 이제야 공공근로 일을 얻게 되었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반문을 하였다.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두 달 후에도 다시 일거리를 얻게 되기를 바랄뿐이라며 밝고 씩씩하게 말하였다. 겉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녀는 참으로 빛이 났다. 당당하고 솔직하였다.

어찌 그녀라고 올여름의 더위가 힘들지 않겠는가! 가족을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 더위와 싸우고 있는 중 일 것이다. 덥다고 투정하기가 부끄럽다. 그녀를 생각하면 덥다는 말조차 사치이기 때문이다.

그날이후 "덥지요"하고 누가 인사를 건네면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요. 조금 따끈합니다. 여름인데 이 정도는 뭘!"

오늘도 여전히 햇볕이 강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녀는 폭염아래에 있을 터인데. 소나기라도 한줄기 내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난히 하얀 이가 돋보이던 그녀! 그녀의 밝은 웃음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여름날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