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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1.27 16:39:24
  • 최종수정2014.01.27 14:55:39

박선예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수필가

사랑에 빠졌다.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건만 지독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며칠만 보지 않으면 궁금하기 짝이 없다. 왜 또 전화했느냐는 시큰둥한 반응에 매번 맘이 상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고 만다. 서운한 것도 잠시뿐. 녀석을 향한 내 사랑은 퍼내고 퍼내도 펑펑 솟는 샘물 같다.

녀석이 첫 숨을 쉬며 우렁찬 울음으로 이 세상과 소통하는 순간, 난 그만 포로가 되어 버렸다. 눈이 멀고 말았다. 어디 나뿐이랴! 안사돈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축하해요. 수고했어요. 고마워요. 축복의 인사를 나누며 맘껏 감격하고 기뻐하였다.

딸은 유난히 입덧이 심했다. 임신기간 내내 애를 먹었다. 그래서였을까. 녀석은 다른 아가들보다 체중이 덜 나갔다. 딸아이는 녀석에게 미안하다며 모유 수유를 고집하였고 좋은 모유를 만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먹었다. 녀석은 엄마의 노력에 보상이라도 하듯 무럭무럭 자라났다. 쑥쑥 커가는 모습과 나날이 늘어나는 재롱에 빠져 이틀이 멀다 하고 녀석을 보러 갔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온통 녀석 생각뿐이었다.

딸의 복직이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녀석을 내가 기르고 싶었다. 안사돈이 나에게 양보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었다. 안사돈도 녀석한테 푹 빠져있었다. 친가가 외가보다 우선순위이니, 결국 안사돈이 녀석을 길렀고 난 일주일에 두 번 보러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렇게 여섯 달이 지나고 드디어 녀석이 나에게 왔다. 안사돈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출입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녀석의 걸음 한걸음, 눈물 한 방울, 웃음 한바탕, 손짓하나. 몸짓하나. 모든 것이 행복 시작이었다. 냠냠 먹는 입을 보면 내 배가 부르고 윙크 한 번에 세상 걱정이 잊혀졌다. 안으면 사랑이 한 가득이고 등에 업으면 듬직한 포만감이 넘쳐흘렀다. 조막만 한 손으로 등을 두드려 줄 때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고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방귀를 뀌어도 귀엽고 떼를 부려도 예뻤다. 반말해도 밉지 않고 말썽을 부려도 용서가 되었으며 우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웠다.

녀석에게 푹 빠져 지내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무척 못마땅해하였다. 손자 키워 보았자 아무 소용없다고. 몸만 망가진다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녀석과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하였는지를.

녀석은 이제 내 곁에 없다. 딸이 둘째를 가지면서 휴직을 하자 엄마 곁으로 떠나 버렸다. 한동안 힘이 들었다. 또래를 보면 발길이 멈추어졌고 동요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직도 나는 눈먼 사랑 중인데 녀석의 마음은 시큰둥해졌다. 그래. 그러면 어떠랴. 녀석 덕분에 행복한 순간들이 수없이 많았으니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손자는 전생의 연인이라는데 아마도 짝사랑이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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