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3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선예

수필가

공원에서 작은 다툼 하나를 목격하게 되었다. 당시 공원에서는 어버이날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며칠 전 어린이날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어 하루 종일 떠들썩하였는데 상대적으로 너무 한산하기 짝이 없는 어버이날 잔치였다. 그러한 생각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참석한 어르신들 중, 기대에 못 미치는 행사에 실망한 듯 그냥 돌아가는 분도 계셨다.

시비의 발단은 한 어르신의 말에서 시작되었다

"어째 국회의원이랑 시장이 안 보이지? 어르신, 어르신하면서 표 달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젠 노인들 표가 필요 없다는 얘기인가?"

지나가던 한 어르신이 그 말을 듣고 정색을 하면서 한마디 던지셨다

"여보시요, 그런 말 마시요.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그리 말하면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소. 정치인들 손에 놀아난다고 여길 거요."

"아니, 내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은데 노인들을 표로 보는 정치인들이 싫다는 이야기요. 그들한테 이용당하지 말자는 뜻이요."

왈가왈부하는 사이에 서서히 구경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한 분은 칠십 구세인데 어버이날을 맞아 아들 내외와 손자까지 거느리고 공원에 오신 분이었고 또 다른 분은 공원 관리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어 어버이날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나오신 팔십이 넘은 어르신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어르신들은 생각은 똑 같은데 표현방법이 서로 달라 오해가 생겼다며 통성명을 하고 화해를 하였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참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어르신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나이 먹음에 대해 너무나 당당하셨다. 그런 두 분이었지만 어르신들이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수치스럽게 여기셨다. 바로 어버이연합 이야기다.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공짜 밥을 먹고, 돈 이 만원을 준다는 꾐에 빠져서 집회에 동원되어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다니. 이거 원, 젊은이들 보기가 부끄러워서 참!"

"어버이라는 말을 그런 단체에 쓰게 하면 안 되지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진짜 어버이들이 기운이 빠지잖소."

"꼭 도망간 핵심 간부들을 잡아서 노인들을 이용한 죗값을 받게 해야지요."

구경꾼들은 어느새 두 분 말씀에 호응하는 분위기였고 어버이연합 관련 이야기가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어버이연합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서였다. 집회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그 단체의 이름이 의아하였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어버이들 중에 몇 명이나 그 단체에 가입했는지 궁금하였고, 어버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부끄러운 언어사용과 수치스럽고 격한 행동들은 결코 어버이란 이름을 앞세우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남편이 말했다.

"당신 어버이연합 회원 아니지? 우리도 어버이인데 우리 허락 없이 그 이름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것 아냐?"

세상사에 무덤덤한 남편도 어버이연합의 집회모습이 눈엣 가시였던 듯싶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남편이나 나나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방관이 그들의 행동을 용납해 준 꼴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새삼 부끄럽다. 이제부터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옳은 것은 옳다 말하며, 그른 것은 그르다 말하는, 이 땅의 참 어버이가 되고 싶다. 2016년 어버이날에 가져보는 간절한 나의 소망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