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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수필가

지천으로 피던 꽃들이 모두 지고 온 세상이 녹음으로 가득한 어느 날, 제 구실 할 것 같지 않던 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십 년이 넘도록 초등학생 키를 넘지 못해서 잘못된 조경이라 여기고 있던 터라 의외였다.

더위가 극성을 부리면서 나무의 진가가 더욱 발휘되었다. 잠시 서 있기도 힘든 폭염아래나 세상을 온통 쓸어내릴 것 같은 장대비속에서도 우뚝 자태를 뽐내었다. 결코 아름답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짙은 녹음 속에서 홀로 피어있는 모습은 바로 군계일학이었다. 그때서야 무슨 나무인지 궁금해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무이름을 물었지만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이름을 알려주었다. 배롱나무, 미끄럼나무, 원숭이나무, 간지럼나무, 목 백일홍 등등 명칭이 다양하다.

.여름의 문턱에 피기 시작하여 근 백일동안 꽃을 피우니 목(木)백일홍이라는 이름이 걸맞다. 오래된 줄기는 저절로 껍질이 벗겨져 반질반질 미끄러우니 미끄럼나무도 어울리는 이름이렷다.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미끄러운 배롱나무 위에서는 마음껏 재주를 못 부렸을 테니 원숭이나무라는 이름도 생긴 듯싶다. 또 어느 가지이던 조금만 건드려도 간지럼 타는 것처럼 나무 전체가 파르르 흔들려 간지럼나무라 불렀다고 하니. 어느 이름 하나 어긋남이 없다.

이처럼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계속되는 폭염과 무더위에 의기양양하던 녹음도 축 처져있는데 한껏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의 의연함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싶다. 더구나 이 나무는 심은 사람이 죽으면 삼 년 동안 하얗게 꽃을 피워 이별의 안타까움을 나타낸다는 설도 있으니 어찌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 온 나무였다. 지금도 유서 깊은 절이나 서원, 이름 난 정자에 가면 으레 오래 된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은 배롱나무 앞에서는 무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배롱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화무십일홍이 틀린 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배롱나무의 꽃은 꽃대의 수많은 꽃이 차례로 피고 진다. 한번 핀 꽃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고 꽃의 피고 짐이 계속되어 백일동안 피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교묘하게 우리 눈을 속인 것이다. 정치꾼들처럼.

요즘 들어 우리정치는 아예 길을 잃고 말았다. 청렴결백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리라 생각됐던 정치인들의 언행이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그것도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정적들의 비리를 번갈아 가며 끄집어내는 정치인들의 폭로 작전에 의해서 말이다.

그들은 정녕 국민들의 마음을 모른단 말인가! 지금 우리사회는 별의별 이야기가 떠돌고 있는데……. 국회의사당 건물이 상여 모양이라 나쁜 일만 생기고 물은 돈을 뜻하는데 국회의사당이 물 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정치인들이 돈을 밝히는 것이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치의 정자만 들어도 혈압이 오르고 식욕이 떨어지니 아예 정치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손을 내젓는다.

비록 눈속임을 했을망정 배롱 나무는 자연의 순리대로 피고 짐에 순응하여 결국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고 있다. 하얀 꽃이 핀 동쪽가지는 특정한 질병의 특효약이 되고 재질이 뛰어난 가지는 멋진 조각품으로 거듭나서 눈속임으로 얻은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한다.

이제 정치인들의 차례이다. 그들의 공약을 믿고 정치 일선에 보내 준 국민들에게 보답할 차례이다. 이제 그만 정쟁을 끝내고 우리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배롱나무의 꽃처럼, 필 때는 활짝 피고 질 때는 아름답게 희생하는 정치인이 간절하게 필요한 때이다. 정치인들의 언어가 허한 국민들을 치료해 줄 특효약이 되고 정치인들의 행동이 단단한 나무가 되어 국민들의 희망이 되기를 소망하고 또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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