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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7.19 15:26:53
  • 최종수정2016.07.19 15:29:07

박선예

수필가

살다보니 참 별일도 다 있다. 한낱 청소하는 사람이 나의 롤 모델이 되다니,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청소하는 그 분은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분은 팔순의 나이에 용역 일을 하는 멋진 분이다.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보다 부지런하고 경우도 밝아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분이시다.

쓰레기를 치우고 화초를 돌보느라 땀범벅이 되었어도 항상 경쾌한 그분을, 우리들은 언제부터인가 반장님이라 부르게 되었고 일이 생기면 먼저 그분을 찾게 되었다. 이제 그분은 박물관에 없어선 안 될 해결사이자 만능 일군으로 자리를 잡으셨다. 오늘도 그분은 공원의 이곳저곳을 살피느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팔십이란 연세에 그러하시니,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돌이켜 생각하니, 초등학교 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늘 존경하는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는 교과서나 위인전에 등장하는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하였고 나도 그들처럼 되고자 마음먹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이름난 시인이나 예술가로 존경의 대상이 바뀌었으며 결혼할 무렵에는 사랑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영국의 한 귀족을 무척이나 존경하였다. 어디 그뿐이랴. 독재 앞에 당당하게 맞서던 민주열사들의 혈기를 존중하였고, 봉사한다는 얘기를 밥 먹듯 하던 어느 종교인도 한때는 내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모두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태몽부터 특이하였고 생가 터도 남다른 명당이었다. 언제나 노력한 만큼 큰 보상이 뒤따랐으며 위기 때마다 잘도 극복하는 역전의 용사였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초인적인 사람들이었으며 존경받을 운명을 갖고 태어난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사회 초년생이 되면서부터 그들은 존경의 대상에서 경외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슬프지만 내 처지나 운명이 그들과 달라도 너무 다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이다. 오랜만에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술을 한잔 한 듯싶었다.

용건을 물으니 그냥 했단다.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남편과 통화하고 싶단다. 전화를 받은 남편의 얼굴이 갑자기 확 밝아졌다. 남편은 아들과 전화를 끊고 나서도 계속 싱글벙글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좋은 일 있냐고 물었더니 한마디를 던지고 방으로 쏙 들어갔다.

"으응, 아들이 우리를 존경한대."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 평소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녀석이 어인 일인가 싶기도 하고 그 말 한마디에 벙글거리는 남편이 우습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부모를 존경한다는 아들이 고맙고 대견하였지만 과연 우리가 존경받을 일을 했나싶었다. 되짚어보니,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하였지만 항상 부족하고 모자랐는데…. 참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세상이 참 많이도 달라졌다. 그래서인지 존경의 기준이나 삶의 목표도 바뀌었다. 전에는 성공한 주인공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존경하였었는데 지금은 생활에 충실하고 정의로우며 타인의 삶도 관심을 갖는 보통사람들이 오히려 존경받는 세상이라 한다. 미래를 위해 성공과 출세를 좇으며 살았던 우리네와는 달리, 지금은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이니깐 그럴 만도 하다.

이제야 내 인생의 롤 모델이 생겼다. 건강한 노년이 무엇인지 해답을 찾았다. 팔순의 그분처럼 살다보면 틀림없이 아름다운 노년을 맞을 것이다. 아들이 존경한다 말해도 부끄럽지 않고 미안하지도 않을 당당한 나의 노년기가 사뭇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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