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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6.16 13:35:43
  • 최종수정2014.06.16 13:35:28

박선예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수필가

내 통장에는 매달 십 만원이 들어온다. 이웃사촌이었던 아이가 보내는 돈이다. 그 아이의 엄마와 나는 십 여 년 동안 같은 아파트에 살았었다. 어느 날 그녀는 나를 찾아와 돈 이야기를 꺼냈다. 딸아이의 등록금과 자취방의 보증금이 없는데 한 달만 빌려달라는 것이다. 평소에 성실하고 밝은 사람이라 망설임 없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날이후, 그녀를 만날 수가 없었다. 전화를 하여도 연결이 되지 않았고 이상한 소문만 들려왔다. 이 상황을 남편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앞이 깜깜하였다. 그녀가 앞에 있다면 뺨이라도 칠 정도로 배신감을 느꼈고 나의 어리석음에 미치도록 화가 났다.

어느 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그녀의 집에 갔다.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어 낙담하고 돌아오는 길에 담 밑에 서있는 그녀의 아들을 발견하였다. 구세주가 따로 없었다. 재빨리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 아이는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수그린 채 경계하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깜깜한 밤에 왜 나와 있느냐고 물었더니 밤이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싫어서 나왔단다. 예전의 밝던 아이가 아니었다. 채권자들의 시달림을 피해 나왔구나 생각하니 차마 그녀의 소식을 물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싸해왔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끌어안고 가만가만 등을 토닥거렸다.

"아줌마도 소식 들었어.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야"

"아줌마, 약속할게요. 아줌마 돈은 제가 꼭 갚을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이는 가만히 기대오더니 한참을 흐느꼈다. 나보다 큰 덩치를 가진 아이가 한없이 작아져 있었다.

얼마 후, 그녀는 야반도주를 하였다. 그 뒤로 그녀의 소식은 알 수 없었다. 몇 해가 지나고 통장을 정리하다 낯선 이름으로 돈이 들어 온 것을 알았다. 창구에 가서 물으니 잘못 들어온 돈이면 연락이 올 거라고 해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그녀한테 전화가 왔다. 그녀의 아들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직을 하였단다. 첫 월급날, 나와의 약속을 이야기하며 한꺼번에 갚을 수 없으니 조금씩이라도 갚아 꼭 그때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하더란다. 여태 가족이 흩어져 살고 있으며 그녀는 병으로 누워있고 아들도 생산직이라 보수가 적어서 아직 빚 갚을 형편은 못되지만 아들의 뜻에 따르기로 했단다. 아, 뜻밖이었다. 어린것이 그냥 한 소리려니 하고 잊고 살았는데…. 가슴이 먹먹해왔다.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하였다.

모두들 힘이 든다고 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희망이 없다고 한다.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못해 이민을 꿈꾸고 사이비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져 이말 저말 바꾸느라 혈안이다. 제 밥그릇을 지키고자 연일 집회가 열리고 옳고 그름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어 흑백의 기준이 모호하기도 한 세상이다. 약속을 밥 먹듯 하고는 돌아서기가 무섭게 잊어버리는 시대이다. 그래서 그 아이가 더욱 기특하다. 고맙고 대견스럽다. 아, 세상은 아직 아름다운 곳이다. 그 아이가 있어 살맛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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