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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수필가

신랑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신랑을 다루는 사람들은 꼼꼼히 준비한 듯하다. 길고 튼튼한 광목으로 끈을 만들어 신랑의 두 다리를 묶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공원에 있는 나무 중 든든한 나무를 단번에 택한 것을 보니 신랑을 다룬 경험이 많은 사람들 같았다.

새신랑이 두 손을 묶인 채 공원에 들어오자 흥미를 느꼈던 사람들은, 꽃 같은 신부가 승용차의 뒤 트렁크에서 살포시 내리자, 모두들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거꾸로 매달린 새신랑의 몸은 끈을 당기면 높이 매달리었고 끈을 늦추면 머리가 땅에 닿을 듯 내려와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신랑은 비명을 질러대며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하였다. 호기심에 다가가 보니, 발가벗은 윗몸과 얼굴은 낙서투성이이고 얼굴과 목은 터져 버릴 듯 힘줄이 솟아있었다. 높이 매달렸다 내려뜨릴 때마다 공포에 떠는 신랑의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저 재미로 여기고 구경하였던 사람들은 위험한 장면에 눈살을 찌푸리고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였지만 술에 취한 신랑친구들은 주변의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멈출 줄을 몰랐다.

"신랑친구들이 영 배워먹지 못했군" "저러다 사고 나면 어쩌지?"

여기저기서 불평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저지하다가 무슨 봉변이라도 당할까봐 어느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하고 혀만 끌끌 차고 있었다. 그때 머리가 하얀 어르신 한분이 그들한테 큰소리로 물었다. "자네들 신랑과 어떤 사이인가?" "친구인데요?"누군가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어르신이 호통을 쳤다. "신랑은 신랑친구들이 다루는 것이 아니고 처가 쪽 남자들이 하는 일인데 공원에서 이게 무슨 짓들인가!"

신랑다루기는 오래 전부터 풍습으로 전해온 우리의 놀이이다. 신랑이 처가에 오면 신랑 다루기를 통해 신랑의 재치와 융통성을 가늠하였다 한다. 신랑다루기를 하는 동안 신랑과 처가 식구들이 서로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고 결혼식 내내 쌓였던 피로를 풀어주고자 발바닥을 때렸다 하니, 신랑다루기는 처갓집 친척들과 새신랑의 서먹함을 풀어주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지 결코 신랑을 괴롭히는 고약한 행위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잘못된 관행으로 변형되고 있다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문득 새신랑인 남편이 친정 오빠들에게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오빠들은 남편의 두 다리를 묶어 문고리에 매달고 마른 명태로 발바닥을 때렸다. 한 대씩 때려가며 앞으로 신부한테 해야 될 일을 하나씩 짚어나갔고, 장인 장모를 섭섭하게 대하거나 신부마음을 아프게 하면 언제든지 신랑을 다루겠다고 엄포를 놓았었다. 신랑이 불쌍하면 신부는 신랑에게 빨리 입맞춤하라 놀려대었고 얼른 술상을 차려내지 않으면 신랑 발바닥에서 불이 나도록 때리겠다고 으름장을 부렸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죽을 듯이 소리 지르며 엄살을 부렸고 친정어머니는 새 사위를 감싸 안기 바빴었다. 그날이후 남편은 친척오빠들과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신랑다루기가 친교의 장임에 틀림이 없다.

흰머리 가득한 오빠들에게 다시 남편을 다루어 달라고 부탁할까보다. 그날 평생 잘하라는 오빠들의 엄포가 어느 사이에 약효가 떨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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