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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수필가

텔레비전을 켰더니 흥분한 여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에게 과보호가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불꽃 튀는 공방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나이가 젊은 측은 현재의 사회상과 교육열을 내세우며 대체로 과잉보호의 필요성을 주장하였고 나이가 든 측은 경험을 예로 들며 과보호의 후유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요즘 딸의 고민과 일치하였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아이들과의 갈등도 생각나게 하였다.

오래전의 나도 젊은 엄마들과 진배없었다. 과잉보호만이 험한 세상에서 내 아이를 지키는 최상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을 통제하였다. 조금만 하교시간이 늦어지면 찾으러 나갔고,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고 자전거를 타게 하였으며, 혹시 나쁜 형이라도 만나면 가지고 있는 돈 다주라 일렀고, 동급생들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라하며 선행학습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나의 중심은 아이들이었고 아이들에 맞추어 세상을 살아갔었다. 너무나 숨 막히고 힘이 들었지만 그것이 사랑인줄 알았다. 엄마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고 희생이라 여겼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면 내 자식들이 반드시 훌륭한 인물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아이들은 지나친 관심에 힘들어하며 내 울타리를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그런 아이들의 행동은 반항으로 비추어졌고 내정성이 부족한 탓이라 여긴 나는 더욱 아이들에게 집착하였다. 한동안 줄다리기가 계속되었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다. 조금씩 아이들을 놓아주고 기대를 낮추어가면서부터 아이들은 나를, 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여유가 생겨나 서로의 마음도 헤아리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아이들은 잘 자라 주었다.

올 봄 딸의 아들인 은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은우의 학교생활이 그리 썩 제어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지 않은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실컷 놀리겠다고 장담하던 딸이 드디어 팔을 걷어붙였나 보다. 하교 시간에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받아쓰기 연습도 시키고, 뺄셈 덧셈도 가르친단다. 생각만큼 못해서 큰 소리로 꾸중하였더니 손자는 깜짝 놀라서 눈물을 흘리더란다. 딸은 너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단다. 너무 사랑하니깐 은우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엄마가 밉다는 은우의 말이 자꾸 가슴에 걸린단다.

아, 딸도 예전의 나랑 똑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아무리 자제를 하여도 샘솟듯 넘쳐나는 자식사랑을 주체할 수 없어 방황하고 있다. 아이의 생각과 마음이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과 점수에 가두려 많은 열정과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지나친 사랑과 관심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하찮은 풀 한포기도 스스로 뿌리내릴 줄 알고 갖가지 나무들도 저 알아서 양지쪽에 가지를 뻗는데…,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을 겪어야 멈출 수 있을까.

딸한테 전화를 하였다. 딸의 고민과 혼동에 도움이 될 좋은 프로그램이 방송중이니 얼른 보라고. 사뭇 기대가 된다. 방송을 본 딸의 심정이 어떠할는지. 과연 정답을 찾을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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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